강한 수협 만들어 어민에게 존경받는 조직으로
수협중앙회장 김임권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내걸고 지난 2015년 3월, 전국 어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선출된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사상 최고의 경영실적을 구가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 1주년을 앞둔 수협은 중앙회와 은행, 회원조합 등 전체 조직이 벌어들인 순이익 규모가 대폭 신장했다. 특히 수협은행은 1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지난 연말 대비 세배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고, 중앙회와 전체 조합들도 호실적을 거두면서 올해 연말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릴 전망이다. 김 회장은 최근 내년도 수협중앙회의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달라진 수익성을 더욱 공고하게 정착시켜 공적자금을 조기상환 해낼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Q. 12월 1일이 사업구조개편 1주년을 맞는 날이다. 소회가 있다면?
지난 2015년 3월에 취임하자마자 사활을 걸고 매달렸던 일이 사업구조개편 작업이었습니다. 수협은행을 새로운 규제에 적합한 자본구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 문제는 수협뿐만 아니라 어민과 수산업의 미래가 달린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와 관련한 의견 대립으로 국회 상임위 활동이 중단되는 등 큰 난관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사업구조개편에 필요한 수협법 개정이 무산될 위기까지 겪는 등 수없는 난관에 부딪혔지만 죽을 힘을 다해 끝까지 매달려 지난해 19대 국회 끝자락에서 법을 통과시키고 사업구조개편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수협은행은 연간 2천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바라보는 우량 중견은행으로 발돋움했고, 사업구조개편 전과 비교하면 세배 정도로 대폭 개선된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고 끝에 옥동자를 낳은 듯한 기분이고, 내가 기울인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공적자금 해소가 수협의 당면 과제인데 어떻게 풀어갈 건지?
수협은 과거 IMF 이후 경영악화로 1조 1천억여원의 공적자금을 정부로부터 받았고 이를 해소하기 전까지는 수협은행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어민을 위해서 단 한 푼도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현재 수협은행이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큰 폭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상환 속도도 빨라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반면 지난해 44년만의 최악의 흉어를 겪는 상황에서 드러나듯이 어민이나 수산업은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위기 상황인데 수협이 공적자금에 발 묶여 앞으로도 수년간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면 어민과 수산업이 회생불능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조세 혜택과 조기 상환 시 현재 가치로 원금 할인 등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국민의당 정의화 의원이 최근 수협은행이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중앙회에 보내는 배당금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많은 분들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수협은행 자체적으로는 최소 연간 2천억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성을 갖춰 상환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생각입니다.

Q.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비전으로 내세워 취임했는데, 그간의 성과가 있다면?
올해 3분기까지 중앙회와 수협은행, 회원조합 등 전체 수협이 벌어들인 수익이 약 3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취임 전이었던 2014년도 전체 수협의 연간 수익 규모가 600억원 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만 놓고 비교하더라도 3년 새 여섯 배 늘어난 것이고, 올해 연말 사상 최고의 실적 거양이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취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수익 창출이었고, 이는 수협이 어민과 수산업을 지켜내는 울타리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경제적 약자인 어민을 위해서 수협이 이익을 창출해 이들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하고 이는 바로 수협이 수익성을 높여만 가능한 것이기에 어민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을 비전으로 삼아 취임했습니다. 이처럼 가시적 성과들이 뒷받침 된 것은 나의 생각에 공감하여 함께 열심히 뛰어준 임직원과 전국 조합장님들 덕분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지금 어민과 수산업계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지?
지난해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92만톤에 그치며 44년만에 최악의 흉어를 기록한 사실에서 드러나 듯 갈수록 악화되는 자원고갈 현상이 큰 문제고, 이것이 수산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일으키는 근원입니다 이 같은 수산자원 고갈을 초래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십년간 진행해온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입니다. 바닷모래는 어패류가 산란하고 서식하며 어장에 자원을 공급하는 근원으로, 농사로 치면 모판이자 논과 밭이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동안 집계가 불가능할 수준으로 막대한 양의 모래가 퍼올려졌고 광범위한 해양생태계 환경 파괴를 동반하며 어자원 고갈을 유발해 왔습니다. 이에 전국 어민들은 지난해 11월 총궐기를 시작으로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고, 그 결과 남해EEZ에서는 모래채취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되고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결과 모래 채취가 중단된 지역을 중심으로 어획고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9월말 기준으로 전체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해 100만톤 회복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조사결과도 나왔습니다. 바닷모래 채취로 자원이 계속 줄어들면 어가 상승으로 물가가 오르고, 아예 먹지도 못하게 되는 등 그 피해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모래채취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발전소와 간척사업이 지속되고 발전소 온배수 배출로 해양환경 파괴와 생태계 교란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하루빨리 바닷모래 채취를 비롯한 환경파괴 행위들을 영구적으로 중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자원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수산자원은 적정 수준에서 어획이 이루어지면 복원력이 작용하여 지속적 생산이 가능한  자율갱신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모래 채취 등과 같이 광범위한 환경파괴로 복원력을 훼손시키거나 복원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어획이 이루어지면 자원 고갈은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자원회복을 위해서는 첫째 더 이상의 환경파괴는 없어야 한다는 점이며 둘째 복원력을 키워줄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어획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수협은 어업인이 주도하는 자율적 수산자원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연근해 어선의 해외어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규제와 처벌 중심으로 어획을 통제하는 자원관리 정책이 주류를 이루어 왔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그 이유는 공유지라는 바다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유명 석학들은 공유지 관리의 핵심으로 자율성을 꼽아왔고, 수산자원관리도 어민들이 스스로 인식을 바꾸고 능동적, 자율적으로 자원관리에 참여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율적 휴어제에 참여하는 어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요구되고, 해외어장 진출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외교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어획을 하지 않는 것 이상으로 효과적인 자원회복 정책은 없고, 그 맥락에서 우리 어선들이 연근해 대신 해외 어장으로 진출하면 우리 해역에서 어획이 줄고 자원이 회복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동시에 식량자원을 확보하고 외화를 획득하는 등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수협은 지난 2015년부터 러시아 어장을 진출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왔고, 지난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 측에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설명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Q. 러시아를 진출 대상으로 삼은 배경이 무엇인지?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인접해서 오래 전부터 수산분야에서 우리와 교류가 있어온데다 지난해 어업생산량이 475만톤 이상에 이르는 수산대국 입니다. 특히 우리와 인접한 캄챠카 등 극동수역에서의 어획량이 6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근해어선들이 출어하기에 적합합니다. 러시아는 아직까지 어획하고 단순 유통하는 것 외에 수산업이라고 할 만한 기반 시설이 충분치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본과 기술을 가져가서 합작하면 양국 수산업 모두가 동반 발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 어떤 방식으로 러시아와의 합작을 추진하고 있나?
우리는 양식산업이 발달해 있고, 양어사료의 주원료인 어분 수요가 많습니다. 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합작투자로 러시아에 어분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먼저 추진하고, 그 다음 단계로 한국 어선이 러시아 수역에서 조업한 어획물을 러시아 어분공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입니다. 이후 고부가가치 수산가공산업, 양식산업 등 교류분야를 다각화하면서 한국 근해어선들의 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Q. 내년도 경영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중앙회와 수협은행, 조합의 체질을 더욱 개선해서 수익성을 한층 더 높여나가는 것과 자율적 수산자원관리와 해외어장 진출을 통한 자원 회복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자원고갈에는 바다모래 채취, 중국어선 불법조업, 간척과 해상풍력발전 건설 등 여러 가지 복합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들입니다. 어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업의 강도를 줄이는 방법 즉 일년에 조업을 12달 하던 것을 그 중 석달은 쉰다든지, 산란기에는 휴업한다던지 치어를 안 잡는다던지 그렇게 어업의 강도를 줄이는 자율적 수산자원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민들이 어업의 강도를 줄여도 문제가 없도록 소득을 보전해주고 생계를 보호해주는 등 동기를 부여해주려는 수단과 방법이 있어야 하고 이 부분에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리 수협이 충분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익성을 계속 높여서 충분한 이익을 창출하고 이를 어민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해외 어장을 적극 개척해서 자원회복을 앞당겨 나가겠습니다.

Q.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수협을 협동조합답게 만들고 어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지금 수협은 공적자금이라는 굴레 때문에 은행에서 수천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도 어민들을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에서 얻은 성과를 토대로 공적자금을 빠른 시일 내에 모두 상환해서 수협을 빚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우리 수협이 어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어민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습니다. 어민을 위해 내게 주어진 사명을 다해 진짜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으로 변모해서 진정으로 어업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박상민 기자





글쓴날 : [17-11-29 10:3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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