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따뜻한 부산의 딜레마…눈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경사길 많아 적은 눈에도 혼란…민원·환경오염 탓에 제설훈련도 쉽지 않아

김선호 기자


우리나라에서 겨울이 가장 따뜻한 부산. 부산은 겨울철 평균 기온이 영상 3도 이상이어서 좀처럼 눈을 보기 힘든 도시다. 아이러니하게도 겨울이 다가오면서 '월동 준비'가 한창인 부산의 자치단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눈 대비책이다. 그동안 한 번씩 눈이 내려 쌓이면 도시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부산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은 2011년 2월 14일로 적설량이 7㎝를 기록했다. 강원도 등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비해서는 적은 양이지만 당시 상당수 도로와 터널이 통제되고 항공기 결항이 속출했다. 





2013년 12월 20일과 2014년 2월 10일에도 각각 0.3㎝, 0.2㎝의 눈이 쌓였다. 대청동 관측소에서 적설량이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2014년 12월 8일에는 사상·북구에 많은 눈이 내려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산과 경사길이 많은 부산에서는 적은 눈에도 제설장비 부족과 스노타이어·체인을 장착하지 않은 차량으로 인해 큰 혼잡이 빚어진다. 

미처 치우지 못한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해 주민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눈이 오지 않더라도 제설장비 확충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올해 부산시는 16개 구·군에 겨울철 제설장비 예산으로 2억원을 나눠줬다. 남구와 금정구 등은 트럭에 장착해 눈을 미는 제설기를, 영도·북·강서구 등은 눈을 녹이는 데 사용하는 염화칼슘 살포기를 구매했다. 





현재 16개 구·군이 보유한 제설기는 67대, 제설차량은 17대이다. 제설기 12대를 보유한 부산진구가 가장 많고 금정구(제설기 7대·제설차량 2대), 영도구(제설차량 6대·제설기 2대) 순이다. 이 장비는 주로 중심도로에 쌓인 눈을 효과적으로 치울 수 있다. 

하지만 눈이 와서 도로 상당수가 통제된 상황에서 기동력을 발휘할 수 없고, 원도심을 포함해 부산시 전역에 걸쳐 있는 산복도로와 이면도로의 쌓인 눈을 치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산복도로가 많은 서구는 부산에서 처음으로 트랙터와 불도저를 합쳐 놓은 듯한 소형 다목적 제설차량 1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다른 지자체는 비용 대비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제설장비를 마냥 사들일 수 없는 처지라 고민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눈이 오지 않아 제설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눈이 자주 내리는 지역에서는 제설훈련을 별도로 하지 않더라도 매년 눈을 치우며 나름대로 제설기술을 익히고 있다. 그러나 눈이 드문 부산에서는 가상의 제설훈련이 필요하다. 





좋은 제설장비가 있어도 사용해보지 않고 작동법에 능숙하지 못하면 활용도가 떨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2005년에 내린 폭설로 광안대로를 비롯해 도심 도로가 전면 마비됐던 부산시는 이후 매년 한 차례 제설훈련을 하고 있지만, 훈련 장소 선정부터 난항을 겪어왔다. 2016년 11월에는 기장 진관고개, 2015년 11월에는 구포대교에서 제설훈련을 했다. 

훈련 과정에서 다량의 염화칼슘을 살포해 환경오염이 불가피하고, 교통 통제도 필수여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부산시는 시 외곽이 아닌 도심 주요 도로나 산복도로 등에서 실전 같은 제설훈련을 하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3년째 부산에 눈이 오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제설 대비책 마련에 소홀할 수는 없다"며 "도심에서 제설훈련을 제대로 해보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번 달 안에 경찰과 소방 등 관계 당국과 간담회를 열고 제설훈련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글쓴날 : [17-11-07 13:33]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신문관리자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