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이 아슬아슬하다’… 장마철 위험지역 수두룩
태풍·집중호우 시작됐는데… 작년 태풍‘차바’피해 여태 복구

■ 태풍·집중호우 시작됐는데… 작년 태풍‘차바’피해 여태 복구
■ 위험지구 지정은 요란…“예산 없다”“용역 중”대책은 하세월

지난 3월 15일 지반 침하로 주민대피령이 발령된 울릉도 까끼등마을. 경북 울릉군은 장마를 앞두고 마을 곳곳에 천막을 덮어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를 하고 있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2리 속칭 까끼등마을 주민 4가구 8명은 지난 3월 주민대피령이 내려진 이후 여태껏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마을 주변의 지반이 0.5∼1.0m 내려앉으며 안전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도로가 기울고 집 벽이 갈라지거나 문이 뒤틀려 제대로 여닫을 수 없는 지경이다.
울릉군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난 면적은 6만1천㎡에 달한다.
침하 원인도 모른 채 주민들이 장기간 피난 생활에 지쳐있는 상황인데, 군은 올 10월에나 나온다는 안전진단 결과를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땅이 내려앉은 곳이나 균열이 일어난 곳에 임시로 천막이나 비닐을 덮고 배수관을 곳곳에 설치했지만 한마디로 땜질식이다.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때 해일 피해를 본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주민들은 올해도 걱정이다. 해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파제 등 시설 설치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마린시티는 2012년 12월 방파제 위에 높이 1.2∼1.3m 방수벽을 세웠지만 해일을 동반한 태풍에 무용지물이었다.
전국 지자체들이 장마철을 앞두고 태풍과 비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항구적 대책이 아닌 임시방편이 많아 올여름에도 폭우 피해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 태화강 수위가 높아져 강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대부분 침수됐다. 사진은 당시 삼호철새공원에서 침수된 차량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모습.
지난해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 태화강 수위가 높아져 강 주변에 주차된 차량이 대부분 침수됐다. 사진은 당시 삼호철새공원에서 침수된 차량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모습.

◇ 위험지구 지정은 요란한데…
  충북은 집중호우 등에 대비해 2천997곳을 취약시설로 관리하고 있다.
산사태 위험 1천445곳, 급경사지 1천187곳, 재해 위험 166곳, 위험 저수지 40곳, 야영장 132곳 등이다.
급경사지의 경우 A등급 90곳, B등급 552곳, C등급 398곳, D등급 145곳, E등급 2곳 등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충북은 10월 15일까지를 여름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으로 정해 24시간 3교대로 상황근무를 하며 급경사지와 산사태 취약지역 등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재해위험지구, 월파지구, 인명피해 우려지역, 상습침수지역, 대형공사장, 방재시설, 급경사지 등으로 나눠 772곳을 관리하고 있다. 하천과 하수도, 저류시설의 퇴적물을 미리 제거해 유수소통공간을 확보하고 예·경보 시설의 정비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전남은 180곳을 재해대책법상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로 지정, 관리하고 있고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43곳을 정비 중이다.
경북은 지난달 21일부터 도민안전 100일 특별대책을 추진 중이다. 배수펌프장 96곳과 재해예방사업장 169곳의 전기·기계 시설을 상시 점검하고 하수도 시설을 집중 정비하고 있다.
강원도와 경기도는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로 각각 244곳, 76곳을 지정·고시해 관리하고 있다.


◇ 실행은 느긋…
 항구 대책은 ‘이제나 저제나’  지난해 태풍 차바의 급습으로 4명의 사상자(3명 사망·1명 부상)가 난 울산시의 경우 차량 침수 피해가 컸던 태화강 둔치와 울주 반천현대아파트 등 15곳을 차량 침수 발생 우려 지역으로 정해 대피계획을 별도 수립했다.
그러나 반천현대아파트의 수해영향분석 용역은 지난 3월에야 시작돼 오는 11월 결과가 나온다.
울산 태화·우정 시장은 배수펌프장 설치와 우수관거 개선, 시장상부 우수저류조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데 이 지역의 수해방지 대책 용역은 내년 4월에나 완료된다.
충북은 급경사지 152곳의 보강공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중기계획을 세워 2012년부터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공사를 마친 곳은 41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집중호우에 따른 토사유출 등의 위험이 남아있다.
또 부산시 영도구 절영해안산책로는 지난해 태풍피해로 3.2㎞ 구간 대부분이 파손된 가운데 보수공사에 들어갔지만 진척도는 90%다. 이달 1∼3일 200㎜가량의 폭우가 내린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와 미산리는 고립 위험이 상존해 있고, 철원군 김화읍 학사리는 침수 우려를 안고 있다.
원주시 봉산동과 영월군 김삿갓면 각동리도 교량 붕괴 위험이 커 주민들은 비만 오면 불안에 떨고 있고, 영월군 한반도면과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등의 주민들도 참수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예산을 투입해 17곳의 자연재해 위험지구 정비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사업은 더디기만 하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올해는 워낙 가뭄이 극심했던 탓에 큰비가 내리면 재해 발생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특히 집중호우와 태풍 등 누적된 비로 산사태 발생도 큰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구도심은 재개발구역이 많아 하수관을 정비하거나 증설하는 정비사업이 어렵다”며 “하수관을 새로 증설할 때는 유량을 모을 수 있게 밑으로 갈수록 큰 하수관을 깔아야 하는데, 개발 계획을 잡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안전처와 전국 지자체들은 1∼3일 전국적으로 5천500여 명을 동원, 급경사지와 공사장 등 재해 취약 지역 3천753곳을 점검했다.   | 이상현 김상현 변우열 기자

글쓴날 : [17-08-04 15:0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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