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소통의 첫 걸음은 정책의 중심에 국민인 ‘사람’

평소 ‘정체성 확립’에 대해서 강조하면서 도정의 역점사업으로 추진, 현 보수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수대혁신과도 맞물린 것 같다.

개인이 정체성의 혼란에 빠지면 위기를 맞게 되듯이 국가나 민족도 마찬가지다. 정체성을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작은 위기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기 때문이다.

도지사로 취임한 이후 화랑, 선비, 호국, 근대화의 새마을정신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 살아 숨 쉬는 경북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가슴이 고동침을 느꼈다. 특히, 현실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성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경북의 정체성 확립에 애써 온 것도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어 온 경북정신을 통해 새로운 경북시대의 길을 열어가는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보수의 대혁신을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역사의 주역인 보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혁신이다. 지금 보수의 위기는 산업화 시대의 성취감에 빠져 변화를 거부하고 안주해 온 필연의 결과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보수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야 한다. 동력을 잃어버린 고장 난 보수의 엔진을 혁신적으로 수리해서 새로운 보수열차가 다시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사님께서는 개헌을 주장하고 게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는것이 좋겠습니까?
무엇보다 개헌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 국가운영시스템이 고장이 나 있다. 30년 넘은 낡은 체제로는 국가발전과 사회변화를 더 이상 수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87년 민주화 헌법 이후 정권을 불문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되풀이해서 치러 왔다. 이제 ‘5년 단임의 대통령제로는 안 된다’는데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이원집정부제이든, 의원내각제든, 4년 중임제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민이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는 분권이다. 무엇보다 지방분권 이념을 헌법상에 명시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종류도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현행 헌법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이 고작 2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헌법이 아닌 법률이 위임해 준 반쪽짜리 자치를 20년간 유지해 올 수밖에 없었다.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도 헌법으로 명확히 보장해야 한다. 국회도 단원제에서 상하 양원제로 구성하는 것을 검토하고, 상원은 지역 대표성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분권을 가로막아온 법령도 일괄 정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로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호남시도지사협의회, 중부권정책협의회 등 주도, 상생과 협치, 소통을 강조, 국가통합을 위해서도 이러한 요소 중요한 거 같은데?

지금은 네트워크의 시대다. 협력과 소통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광역지자체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경북은 그동안 현안에 따라 동해권시도지사협의회, 영호남시도지사협의회, 중부권정책협의회 등 다양한 광역협력 모델을 가동하여 지역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소통이 안 되면 갈등이 생기고 갈등이 있는 곳에 분열과 불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갈등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소통과 협력은 오간 데 없이 나라 전체가 흐트러지고 여러 갈래 조각난 상태다. 국론분열로 국가정책이 표류할 정도로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 자체가 너무 크다.

문제는 자원배분의 불균형에서 수도권·비수도권 격차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가 집중되어 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상생과 분권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중앙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양하고 대통령과 시·도지사간 협력회의의 제도화로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 경제 분권화도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중앙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가 함께 가는 대통합의 상생시대를 열어야 한다.

도정 이끌면서 ‘사람중심, 차별 없는 세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복안은?
‘사람’은 최고의 화두이자, 새로운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반세기에 걸친 압축 성장으로 경제는 발전했지만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중산층이 붕괴하고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되고 있다. 중산층 10 명중 6명이 ‘나는 빈곤층’이라고 답한다.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만 삼았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 속에 고용과 분배는 뒤로 밀려났다. 이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구분해야 할 때가 왔다. 정치, 경제, 사회 등 국가 전반에 사람 중심의 가치를 우선에 두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무엇보다 양극화 해소는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은 다른 건 참아도 차별과 불균형은 참지 못한다. 양극화는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정책적 접근으로 풀어야 한다. 정부가 불균형을 조정해줘야 한다.

20년 자치현장의 경험에 따르면 답은 나와 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권한의 뿌리도 국민에게 있다. 모든 정책의 중심에 국민인 ‘사람’을 두면 된다.

예를 들면 경제성장 못지않게 고용과 분배에도 중요한 가치를 둬야 한다. 교육도 입시 위주에서 인성과 인문교육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농업도 ‘사람’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 가능성이 농업CEO를 육성하는 농민사관학교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사람대접 받는 그런 세상은 가능하다.


새해 경북도의 핵심계획과 역점사업은 무엇인지요?
새해 경북도정의 핵심 방향은 ‘청년 일자리’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도에서는 새해 청년일자리 예산을 지난해보다 대폭(3.3배) 늘려 청년들이 희망을 키워가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1년 이상 근속한 청년들에게 연간 1백만 원 상당의 복지혜택을 부여하는 청년취업 경북청년카드 지원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고자 한다. 또한 경북에서 처음으로 훈련비와 수당을 지원하는 경북청년 기업매칭 협력 사업을 통해 대학과 기업, 직업훈련원 간의 거버넌스 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청년들의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첩경은 기업유치와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일이며, 2017년에도 고용효과가 큰 유망기업 유치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신성장산업 육성’, ‘한반도허리경제권과 동해안 바다시대’도 새해 역점사업이다. 전북과 협력 추진하는 탄소산업, 전남과 함께 국책사업으로 이끌어 낸 백신산업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한편, 3대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클러스터 조성에도 한층 속도를 내겠다.

이와 함께, 스마트기기, 타이타늄, 경량 알루미늄, 코스매틱, 로봇, 사물인터넷, 항공, 신약, 에너지를 비롯한 미래 신산업들을 권역별로 육성해 경북의 먹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가는데도 최선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도청이전을 계기로 한반도 허리 고속도로와 동서 횡단 철도 건설, 중부권 문화관광 융합벨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통일시대 북방진출에 대비해 동해안 고속도로와 동해중남부선 철도 건설에 속도를 내는 한편 원자력클러스터, 국가 자원개발 클러스터를 구체화하는데 역량을 모아 나가겠다.


민선 4기에서 6기에 이르기까지 취임 후 지금까지 도정의 성과를 평가해 주신다면?

가장 큰 성과는 성공적인 도청이전이다. 35년이라는 긴 여정을 거쳐 역사적인 과업을 완수해 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원칙과 기본에 입각해 과감하게 밀고 나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청이전을 통해 경북의 자존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대화합 실현의 계기가 마련되고 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축이 형성되고 있다.

경북의 위상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도 예산규모가 2.3배 늘어났고 경북 발전의 밀알이 된 국가투자 예산은 5.7배가 증가한 12조원 시대를 열었다. 금년에도 12조원에 이르는 11조 8,350억 원을 이미 확보했다. 이는 국가투자예산 3년 연속 12조원을 달성한 셈이다.

초광역 교통망 구축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2006년 이후 확정된 광역교통망 구축사업비가 70조433억 원에 달하는데 그동안 소외됐던 동해안권과 북부권에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철도가 착공되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도 10년간 29조원 늘어 2014년 기준 전국 5위인 92조원 대를 기록했고 1인당 지역내 총생산도 전국 4위다. 이러한 성장 덕분에 비수도권 지역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년 동안 인구가 3만2000명 늘어났다.

가속기클러스터와 DUP과학벨트 등 첨단과학기반을 구축하고, G20재무장관회의와 세계물포럼,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글로벌 위상을 확립하고 이를 경북경제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초석도 마련했다. 또한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새마을운동 세계화, 독도 영토주권 강화, 경북정체성 확립도 소중한 성과다.

이외에도 도청신도시 지원 특별법과 동서남해안권발전 특별법의 입법을 주도해 지역발전 근거를 마련했고, 지난해에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원전 지역자원시설세를 인상시키는 등 시·도 간 협력을 이끌어 내 지방 의견을 중앙 정책에 관철시킨 성과도 있다.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무엇이며, 그 이유를 도민들에게 설명해 주신다면?

민선4기부터 6기에 이르기까지 자치현장을 지켜 오면서 가장 최우선에 둔 것은 일자리다. 현장에서 도민들을 만나면 모두가 자식 취직 걱정이다. 자식 이력서를 손에 쥐어주는 분들도 있다.

일자리는 시대적 과제이고 최고의 복지다. 따라서 도지사는 다른 것은 좀 못해도 일자리는 반드시 해결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취직시켜 먹고 살게 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생활자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특히 심각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국 최초로 청년취업과를 신설하는 등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와 함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고 여성일자리사관학교 가동, 경력단절여성 취업지원 서비스 강화 등 여성들의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해 왔다.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투자유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지난 10년 동안 47조원을 유치했다.
투자기업 중에는 LG디스플레이(7조 2,200억원), 도레이첨단소재(1조 3,000억원)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 10년 동안 일곱 차례나 도 단위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비수도권이라는 불리한 상황과 세계경기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발로 뛰어 거둔 빛나는 성과다.

이와 함께 도내 고용의 9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강한 기업으로 만들어 일자리 창출에 기여토록 하고 있다.


경북도청이 경북안동 예천으로 이전했는데 도청이전 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는지요?
도청이전으로 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청신도시發 대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7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을 만큼 도청이 새로운 명소로 우뚝 섰다. 한옥형 명품 청사를 통해 도민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경북 정체성 화립과 도민 대화합의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개발축도 도청신도시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비되고 있다. 신도시는 수도권과 남부권을 이어주고 환서해와 환동해를 연결하는 전(田)자 모양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행정수도는 서울에서 세종시로 내려오고, 경북도청은 대구에서 안동 풍천면과 예천 호명면 일대로 올라오면서 북위 36도에 동서발전축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경북이 국토개발의 새로운 청사진으로 제시한 한반도허리경제권도 도청이 이전하였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광역협력의 틀이 중부권과 호남권, 강원권까지 아우르며 외연이 크게 확장된 것도 도청이전 이후 눈에 띄는 변화 중의 하나다. 지난해 6월 한반도허리경제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부권 7개 시ㆍ도가 참여하는 정책협의체가 출범한 것이 좋은 사례다.

신도시의 발전상도 눈에 띄는 변화다. 아파트는 7,749세대 분양을 완료하고 1,709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각각 1개교가 지난 3월 개교했으며, 공립고등학교는 완전기숙형으로 201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건립 중에 있다.

또한 우수 사립고등학교 유치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유관기관단체는 107개 기관이 이전희망 의향을 밝혔으며, 이중 26개 기관은 이전을 완료하였다. 상가도 속속 들어오고 있으며 한옥형호텔, 병원, 대형마트는 부지매입 또는 착공을 착실하게 준비 중에 있다.               

글쓴날 : [16-12-28 09:43]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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