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걷기왕' 심은경 "최연소 흥행퀸? 쥐구멍에 숨고 싶어"
"연기 그만둘까 슬럼프…만복 역에서 위로받아"

"너는 누구냐? 심은경이냐, 만복이냐?" 배우 심은경이 영화 '걷기왕'을 찍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걷기왕' 속 한없이 낙천적이고 천하태평인 여고생 만복의 캐릭터가 심은경의 실제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헷갈려 했다는 것이다. 영화 '걷기왕'에서 10대 여고생으로 변 신한 심은경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검은 원피스와 짧은 단발머리로 멋을 낸 심은경은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 속 여주인공인 오드리 토투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크고 선해 보이는 눈매와 핏줄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희 고 투명한 피부가 도드라져 보였다.
"스크린 속 모습과 조금 달라 보인다"고 말문을 열자 심은경 은 "제가 예쁘지는 않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낫다고 생각한다" 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심은경은 '걷기왕'에서 선천적으로 멀미 증후군을 타고난 10대 소녀 만복을 연기했다.  걷기가 유일한 장기인 만복은 우 연히 경보라는 경쟁 세계를 접하면서 시련을 겪고 한층 성장 하게 된다. 심은경은 만복의 모습이 자신의 중학교 학창시절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연기 활동 때문에 공부를 소홀히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 어 열심히 수업은 들은 것 같은데, 항상 보면 졸고 있었죠. 수 업시간에 만화책도 보고, 멍도 잘 때리고…무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주변에) 신경을 잘 안 쓰는 편이에요.“ 그래서인지 심은경은 이번 영화에서 "튀지 않고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심은경은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말투는 느리지만,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술 술 풀어냈다. 그만큼 진지하며 생각이 많고, 내면이 탄탄히 다져진 배우라는 인상을 줬다.

심은경은 고교 시절을 미국에서 3년간 보냈 다. 무던한 성격의 그녀지만 미국 생활은 녹 록지 않았다고 한다. "미국이라는 낯선 타지에서 서툰 영어로 사 람들과 어울리면서 좌절을 많이 했어요. '나 는 어떤 사람인가'하는 고민이 그때부터 시작 됐죠.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친구들 과 어울리고 영어공부를 하면서 힘든 감정을 많이 느꼈어요." 3년간의 미국 생활은 힘들었던 만큼 큰 자 양분이 됐다.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 뉴욕에서 다양한 공연 등을 관람하면서 예술적인 영감 을 받았고, 그 경험은 연기하는데도 많은 도 움이 된다고 했다. 심은경은 대학 진학은 하지 않았다. "공부 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았고, 단순히 학력을 위 해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게 그 이유다. 올해 23살인 심은경은 어린 나이에 도 배우로서 그 누구보다 다양한 필모그래피 를 쌓았다. 영화 '써니'(736만명), '수상한 그녀'(865만 명)로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심은경은 "그런 과분한 호칭을 들을 때마다 너무 쑥스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 다"며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감독님의 연 출력, 관객의 사랑, 이런 것들이 다 합쳐져 나 온 결과"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은경은 13년 연기경력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걷기 왕'을 꼽았다. TV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2014)와 영 화 '널 기다리며'(2016)로 연달아 실패를 맛 보고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이 영화가 찾아 왔다고 한다. "만복이처럼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던 시기 가 있었어요.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가야 할 지, 내가 연기를 좋아하는 것은 맞는 걸까, 연 기를 계속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걷기 왕' 시나리오를 읽었고, 만복 캐릭터가 저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처음 했 을 때의 감정과 설렘을 찾을 수 있었죠." 심은경은 충무로에서 가장 러브콜을 많이 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 특별시민', '궁합', '조작된 도시' 등 3편이 개 봉을 앞두고 있다. "사람들이 저보고 바쁠 것 같다고 하는데, 매일 집에만 있어요. 느지막하게 일어나 음악 들으며 산책하고 카페에 가는 게 유일한 취미 인걸요. 제 매력요? 글쎄요. 사진도 이상하게 나오고, 외모도 평범한 것 같은데… 아마 연 기에 대한 열정 때문에 불러주시는 게 아닐까요?"

글쓴날 : [16-11-01 13:09]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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