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도 생명체처럼 변화 … 과천관 르네상스 기대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년 특별전 기획 총괄한 강승완 실장

"미술관도 마치 생명체처럼 조금씩 변화합니다. 과천 국 립현대미술관의 상징처럼 된 '다다익선'만 해도 백남 준 선생이 제작했을 때와는 형태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과천 관 30년 특별전은 이런 미술관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한 전시 입니다."
재직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직원 중 가장 오래 근무하며 올 해로 개관 30년을 맞은 과천관의 역사를 지켜본 강승완 학예 연구1실장(55)은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과천관 30주년 특별 전을 소개하며 "과천관의 르네상스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내 비쳤다.

1990년 입사해 올해로 26년째 국립현대미술관에 몸담고 있는 강 실장은 경력 중 대부분을 과천관에서 보낸 '산증인'이 다. 이런 연유로 그는 지난 8월 19일 개막한 과천관 30년 특 별전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기획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2년 뒤면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이고 해서 올 해 과천관이 30주년을 맞았다고 꼭 특별전을 할 필요는 없었 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과천관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를 한번 하고 싶었다. 2년가량 유학 다녀온 기간을 빼면 거의 대 부분의 시간을 과천관에서 보내서 그런지 여기 있는 돌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과천관 개관 10주년 때 각종 언론매체를 뒤져 사료집을 만 들고, 20주년 때 역대 관장을 인터뷰해 자료로 남긴 것도 그 의 아이디어였다. 1986년 문을 연 과천관은 30년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 고 있었던 것 같지만 강 실장은 "미술관도 생물체처럼 매일 조 금씩 변한다"고 말했다. 과천관을 대표하는 작품이랄 수 있는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그런 경우다. 강 실장은 "다다익선의 모니터가 예전에는 TV 브라운관이 었지만 지금은 얇은 LED로 바뀌어 전체적인 형태가 날렵해졌 다. 백남준 선생이 처음 제작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라고 설명했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미술의 형태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미술의 범주가 회화나 조각으로 한정돼 있었다면 오 늘날 미술계에선 미디어나 퍼포먼스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 았다. 강 실장은 "우리는 아직 소장품 카테고리를 한국화, 서양 화, 조각, 공예, 사진, 건축, 디자인, 서예, 뉴미디어, 판화·드로 잉 10개로만 나누는데 미국의 현대미술관(MoMA)은 퍼포먼스도 수집한다"면서 "현대미술이 그만큼 다양화됐기 때문"이 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의 이러한 미술 변천사를 보여주기 위해 30주년 특별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과천관이 소장 중 인 작품을 공개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사의 변천사를 한번쯤 정리하고 대중에게 과천관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판단 에서였다. '미술관의 3요소'로 "건물과 수장고, 그리고 이 두 곳을 운 영하는 전문 인력"을 손꼽은 강 실장은 "이 기능을 제대로 갖 춘 곳이 과천관이다. 그렇다면 이 과천관을 운영하는 전문 인 력인 학예직 종사자들과 수장고의 소장품을 통해 과천관에서 무엇인가를 보여줘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그간 대중에 선보이지 못한 채 수장고에만 묻혀있던 작품들을 몽땅 꺼냈다. 이번 전시에는 300여 작가의 총 560점이 전시되는데 이 가운데 소장품이 75%에 이른다. 강 실장은 "각각의 작품은 탄생 뒤에 시대적 배경이 자리한 다. 또 작가의 손을 떠나 유통되고, 미술관에 소장품으로 들 어오기도 하는데 한날 같이 들어왔다고 해도 이후 삶은 다르다.

어떤 작품은 명품이라며 자주 공개되고 어떤 작품은 한번 전시될 기회도 없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각각의 작품은 하나 의 고유한 인격체"라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이러한 작품의 생명 주기를 보여주는 자리라 고 강 실장은 강조했다. 특별전의 제목이 '달은, 차고, 이지러 진다'인 것도 이런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마치 한달 주기로 달 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처럼 작품도 소멸하거나 새롭게 부활하 는 '순환의 과정'을 겪는다는 의미에서다. 그렇다고 이번 특별전이 단순히 과천관 수장고에 있던 작품을 나열한 전시는 아니다. 강 실장은 '다다익선' 주위로 백남준과 동년배인 작가 이승 택의 1천500m 길이 밧줄 작품을 설치해 '컬래버레이션'을 시 도하고, 박서보 화백의 입체적인 회화 작품 '형질 1-62'를 벽 에 걸어두지 않고 전시 공간 한가운데 세워놓아 관람객들이 캔버스 뒷면에 담긴 뒷이야기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작품의 위치조차도 고도의 계산 끝에 나왔다.

강 실장은 "이승택의 '떫은 밧줄'은 수직으로 조응한 백남준 의 '다다익선'은 1층 통로에 있는 박기원의 신작 '도원경'을 거 쳐 중앙홀에 있는 이불 작가의 비행선 모양 작품과도수평으로 연결된다. 이 비행선이 천막으로 만든 거대한 산을 향하는 광경을 2층 회랑 중앙에 있는 김구림 작가의 퍼포먼스 '도'의 피라미드 위 에 앉아있는 누드 인간과 함께 목격하도록 하면서 고대 공간 부터 유토피아 공간까지 아우르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시 의도가 일반 관람객에게는 다소 난해하 게 느껴질 수 있으며 전시작 수가 지나치게 많아 소화하기 어 렵다는 지적이 개막 직후부터 제기됐다. 강 실장은 이에 대해 "한번에 다 둘러보고 끝낼 수 있는 전시는 아니다. 최소한 일 주일은 찾아와서 하나하나씩 보고 느껴야 하는 전시"라고 해 명했다. 이어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는 데 잘 전달이 안 됐다면 개선하는 게 맞다"면서 "설명문에서 추상적인 부분은 손질하는 등 지적된 부분을 개선하려 했다" 고 설명했다.

 이 전시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당분간 한숨 돌릴만도 하 지만 그는 내년 전시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특히 서울관이 생긴 이후 과천관 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다. 그는 "서울관이 개관할 때 과천관 관람객이 줄지 않을까 했 는데 의외로 찾는 사람들이 여전하다"면서 "과천관을 좋아하 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과천관은 공원 안에 있다는 입지적 매력이 있다. 내년부터는 과천관의 소장품을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를 해보고자 한다" 며 "과천관의 르네상스를 가져오고 싶다"고도 말했다. 야외 공 간이 있다는 특성을 활용해 야외 전시도 더욱 활발하게 할 계 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30년 가까이 국립현대미술관에 몸담으면서 전시에 발 탁한 젊은 작가가 현대미술의 거목으로 우뚝 서기도하고, 반 대로 한때 활발히 활동하던 작가가 사라지는 모습도 봤다'면 서 "이번 전시가 이들 모두를 조명하고 다시 우리 미술사를 돌 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쓴날 : [16-11-01 12:2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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