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한국은 교육지옥… 학교 가고 싶다는 아이들 많아져야"
교사 500여명 대상 특강 "공부 못하는 학생도 학생입니다"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꾸겠단 생각으로 소설 집필"

"한국은 '교육지옥'이에요. 근근이 먹고사는 학부모들이 주머니를 털어 사교육 재벌들에게 바치고 있죠. 정부 는 교육에 일일이 간섭하지 말고 100% 예산지원만 하면 됩니다." 최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다룬 두 권짜리 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출간한 작가 조정래(73)가 현직 교사들 대상의 강연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조 작가의 발언은 교육부 등 정부 당국의 무능과 비대해진 사 교육 시장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모였다. 그는 서울 정동 예원학교 강당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 초청 특강에서 교육문제를 다룬 소설을 쓴 이유에 대해 '문학은 인 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는 자신의 문학관을 밝히며 강연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수천 년간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 대한 민국 교육에 문제가 많고 작가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설을 집필했다'는 것 이 그가 밝힌 집필 배경이다. 조 작가는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학생 자 살률이 1등이고, 사교육비에 40조원이 들어가는 나라의 교육 현실이 과연 옳은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해결책까지 다 쓰려면 세 권짜리 소설을 써야 했지만 '계몽주의자' 소리를 듣기 싫어서 해결책 부분은 짧게 줄여 두 권으로 썼다"고 말했다.

'풀꽃도 꽃이다'의 주인공은 무너진 공교육 현장에서 잡초처 럼 꿋꿋이 신념을 지켜가는 고교 국어교사 '강교민'이다. 작가의 고교 국어교사 시절이 투영된 듯한 인상을 주는 주 인공 주변으로 대기업 부장인 그의 친구와, 아들의 출세에 인 생을 건 친구의 아내, 지나친 압박감으로 자살을 꿈꾸는 친구 부부의 아들이 등장한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강교민이 사교육 시장의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친구부부의 아들이 과도한 학습량에 따른 압박을 호소하는 등 사교육은 중요한 축으로 다뤄진다. 조 작가는 강연에서도 대한민국 교육이 당면한 가장 큰 문 제로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이 사교육 시장을 꼽았다. "사교육의 경제규모가 우리 손자세대까지 해마다 늘어서 지 금은 40조 원에 육박해요. 통계로는 20조 안팎이라고는 하지 만 40조가량 될 거에요." 그는 "사교육의 경제유발 효과는 20%에 불과하다. 즉 8조 원 규모만 돈이 돌아 고용창출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나 머지는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일부 사교육 재벌만 수많은 건물 을 사들이며 호가호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근 이 먹고 사는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털어 (사교육 재벌에) 바치 는 꼴"이라며 사교육 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교육시장의 급팽창과 더불어 정부의 교육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오락가락하는 정책도 한국을 교육천국이 아닌 '교육지 옥'으로 만드는 이유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 작가는 "(한국은) 교육에 문제가 너무 많은 '교육지옥'인 데,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게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교육 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핀란드처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도록 교육을 혁명적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교육에서 정부의 역할은 예산지원에 한정돼야 하며, 정권과 사교육시장의 이해관계를 초월해 교육의 백년대계를 세울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는 정부가 예산만 지 원하고 '덴마크어를 철저히 교육하라'는 조건 외에 아무 간섭 도 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권한을 박탈해 예산지원 기능만 남 기고 정권이 (교육에) 손댈 수 없도록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독 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런 기구가 생기면) 소설을 쓰는 시간을 할애해서 국가교육위원회에 무보 수로 봉사해주겠다"는 의사도 덧붙였다. 각종 공문 작성과 서 류 작업에 치이는 교사들의 근무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소설 쓰느라 교사들과 대화해보니 하루에 18∼19개의 공 문이 내려온다고 하더군요.

선생님들이 교수법과 교재를 연구 하고, 잘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을 다독여야 하는데 그 시간 을 서류처리에 다 뺏기고 있어요. 수많은 교육 당국이 잡무로 교사들을 일반행정공무원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이 대목에서 는 강연에 참석한 500여 명의 초·중·고교 교사들이 일제히 박 수를 쳤다. 조 작가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은 그가 쓴 소설 의 제목에 제시돼 있다. 그는 `풀꽃도 꽃이다'라는 소설 제목 에 관해 설명한 바는 이렇다. "여기 계신 분들 다 공부 잘하셨잖아요. 아이들이 왜 '선생 님들이 공부 못하는 학생은 사람 취급도 안 한다'고 하겠습니 까. 공부 잘하는 학생만 학생이 아니고 못하는 학생도 학생입 니다. 당사자인 교사분들이 더 고뇌하시겠지만, 기회가 되는대 로 저도 힘을 보내겠습니다."

글쓴날 : [16-11-01 12:26]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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