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릿대로 뒤덮인 한라산… 설 자리 잃는 구상나무ㆍ털진달래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생물종 다양성 위협 가속 천연보호구역 50년 맞아 '천년대계'로 연구ㆍ보전대책 강화

제주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해발 1천950m)은 저지대에서 고지대까지 다양한 식생이 분포해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그러나 한라산도 기후변화의 영향 을 피하지 못했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조릿대 등 온대 성 식물은 확산하는 반면, 한대성 식물인 구상나무와 털진달 래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게다가 산 곳곳이 조릿대로 뒤덮이며 종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대로 '조릿대공원'이 된다면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수 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 상태다.


◇ '조릿대공원' 위기에 놓인 한라산…생물다양성 위협

한라산 곳곳에서는 대나뭇잎 모양의 길쭉길쭉한 잎을 가진 식물이 주변을 온통 뒤덮어버린 모습이 눈에 띈다. 바로 조릿 대다. 제주조릿대는 지역 고유종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 발 600m에서 정상부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분포한다. 1577년 제주를 찾은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가 '남명소승'(南溟小乘)에 "작은 대와 누런 띠들이 그 위를 덮고 있어 말의 통행이 심히 어려웠다"고 기록하는 등 과거 문헌에서도 언급된 점을 볼 때 조릿대는 예로부터 산 곳곳에 군락을 이루며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조릿대가 급 속하게 확산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함과 함 께 조릿대를 먹어 치우던 소와 말 방목을 1988년 금지했기 때 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 한라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조릿대는 해발 500m에서 백록담 바로 밑까지 번식했다. 분포면적은 244.6㎢로, 사실상 국립공원 전역을 뒤덮고 있다. 늘 푸른 잎을 가진 제주조릿대는 생명력이 강해 해가 갈수 록 밀도가 높아지고 키가 자랐다. 자연히 조릿대보다 키가 작 은 식물들은 햇빛이 차단돼 성장에 방해를 받고, 다른 식물종 이 뿌리를 내리기도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설앵초, 구름떡쑥, 섬바위장대, 한라구절초 등 고산성 초본식물은 물론 시로미나 눈향나무, 털진달래와 꽝 꽝나무 등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한라산에 자생하는 섬매발 톱나무, 돌매화나무 등 희귀·특산식물 90여 종과 국내에는 제주에만 있는 '한정분포 식물자원' 321종도 위기에 처했다. 봄철 한라산 고지대를 분홍빛으로 수놓는 털진달래의 사례 를 보면 조릿대 확산으로 새로 발아해 자라기 어렵다는 진단 이 나왔다. 올해 발간된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조사연구보고서에 따 르면 연구원이 한라산 영실 방애오름 일대의 털진달래 생육 을 조사한 결과 나무 한 그루당 달리는 꽃눈이 몇 년 사이 줄 었다. 특히 발달단계별로 보면 어린 유묘기 개체들은 주로 해 발 1천800m 이상 지역 등에서 관찰됐다. 해발 1천800m 이 하는 대부분 조릿대가 뒤덮어서 새로 발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게다가 영실 일대 해발 1천700m 이하 지 역은 쇠퇴기에 해당하는 개체들이 많은 상황이라 한라산 곳 곳을 수놓은 분홍빛 꽃물결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효과적인 조릿대 관리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도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말을 방목한 지역과 사람이 직접 조릿대를 베어낸 지역의 조릿대 생육 상태와 종 다양성을 비교 분석하 고 들어간 비용도 비교해 효과가 좋은 방법을 가려내는 연구 를 진행 중이다.


◇ 기후변화로 생육환경 변해 고사…설 자리 잃는 '구상나무'

조릿대와 달리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드는 종 중의 하나가 바 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인 구상나무다. 한반도 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인 구상나무(Abies koreana E. H. Wilson)는 우리나라에서도 고산지대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자란다. 한라산의 구상나무숲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 로부터 세계 최대의 구상나무림(795㏊)으로 인정받았다. 그러 나 최근 말라 죽어 앙상한 가지만 허옇게 드러낸 개체가 부쩍 늘고 있다. 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 2013년 10월∼2014년 9월 1 년간 한라산 전체 구상나무 분포지역을 조사한 결과 ㏊당 평 균 개체 수가 2천28.3그루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죽은 구상 나무가 전체 개체의 45.9%나 됐고, 살아있는 건 54.1%에 지 나지 않았다. 전체 고사목의 20.7%에 해당하는 ㏊당 평균 192.5그루가 2010년 이후에 고사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37.9%는 5∼10년 전에, 41.4%는 15년 이상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원은 어린 구상나무 생성이 고사목 발생의 28.0%에 불 과해 구상나무 개체 수가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1990년대까지는 주로 천이, 구상나무 노령화, 개체 간 경쟁 등 자연적인 고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 했으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잦은 태풍과 집중강우, 적설 량 감소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기반악화, 병해충 피해 등으 로 고사 원인이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신생대 4기의 기후변 화 과정에서 활엽수에 밀려 고산지역에만 남은 구상나무가 다시 기온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IUCN은 구상나무 를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에 등재했다.


◇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천년대계로 건강한 생태계를"

한라산은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남한 최고를 자랑하는 높이 덕분에 해발 600m까지는 난대 상록활엽수림대, 해발 600∼1천400m는 온대낙엽활엽수림 대, 해발 1천400m∼정상까지는 아한대·아고산대 식물이 각 각 분포한다. 한라산에는 국내 생물종 4만1천483종의 17%인 7천여종, 국내 멸종위기종(246종)의 17%인 43종이 서식하고 있다. 종종 한라산에서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 없는 신종이나 미기록종, 희귀 식물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6월에는 백록담 일대에서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관 목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돌매화나무(암매· 岩梅) 최대 자연 군락지가 확인됐다. 돌매화나무는 빙하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식물이기 때문에 학술 가치가 매우 높 다. 지난 8월에는 희귀 지의류(地衣類)인 '송라'(Usnea diffracta Vain) 서식이 확인됐다. 해발 1천m 이상 고산지 대에서 자라며, 국내에서는 3종만 발견된 희귀한 지의류다. 지금으로부터 딱 50년 전인 1966년 10월 12일 한라산 일대 91.654㎢는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 물 182호)으로 지정됐다. 도는 천연보호구역 지정 5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한 한라산 보호 '천 년대계'를 준비 중이다. 천년대계에는 천연보호구역 지정 배 경, 한라산의 동·식물과 등산의 역사 등 자연과 사람의 공존 관계, 생태계 보전, 안전관리, 탐방객 조절 등 종합적 진단과 처방 내용이 포함된다.

글쓴날 : [16-11-01 11:10]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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