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발 개헌 카드'에 정치권 화들짝 … 대권 지형에 '쓰나미'
정부 개헌기구 구성 계획까지 밝혀…개헌론 급물살 탈듯 與 "적극 환영" 뒷받침 태세 완비…내부결속·대야 견제 다목적카드 野 "비리은폐용 경계"…개헌 자체 반대 못하고 복잡한 속내 유력 후보 文 "방탄개헌" 반대…여야 주자들도 의견들 다양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예산안 시정 연설을 통해 헌법 개정을 전격적 으로 제안하면서 이를 예상치 못했던 정치권이 핵폭탄을 맞은 듯 요동치고 있다. 임기를 약 1년 4개월, 차기 대통령선 거를 약 1년 2개월 남긴 시점에서 '깜짝 카드'로 던져진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앞으로의 대선 구도마저 뒤흔들 메가톤 급 이슈여서 이제 막 출발점에 선 대선 레이스를 더욱 복잡다단하게 끌어갈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을 요구해온 목소리가 다수였고 국민 여 론 역시 개헌 찬성이 높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민생 경제의 어려움', '엄중한 국제 정세', '개 헌 블랙홀론' 등을 들어 개헌에 부정적 인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 의 개헌 제안은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여권과 관련한 각종 의혹 제기에 따른 국정 지지도 하락 속에서 박 대통 령이 이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특유의 정 치적 승부수를 내던졌다는 평가도 가능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헌의 필요 성에 공감해온 야당이 무작정 이를 반 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박 대통령은 '1987년 체제'의 낡 은 틀을 바꿀 때가 됐다는 국민과 국회 의 여망을 통치권자로서 여과 없이 수용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야당에서 반 박하기 어려운 논리와 명분을 부각했다. 아울러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2017 년 체제'라는 분명한 목표와 함께 정부 에 개헌 조직을 설치하는 등 강력하고 도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회에 대해서도 조속한 개헌특위 구성 을 촉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회에 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공산이 커 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단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나 섰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일단 '권력형 비리'를 덮으려는 정국 전환용 계책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긴 했지 만, 개헌 자체를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두 야당은 내부적으로 대책 회의를 소 집하는 등 다소 당황한 기류 속에서 개 헌 정국을 돌파할 전략 마련에 착수하 는 등 정치권 전체가 대통령의 한 마디 에 이미 개헌 정국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다. 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윤 근 사무총장도 '대통령 주도 개헌'을 경 계하면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더욱 방점 을 뒀다. 국회 개헌특위 구성 등에도 적 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처럼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대선 정 국을 앞둔 여야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 들고 있다. 30년 만에 대선 정국과 개헌 정국이 겹치는 정치적 전환기가 만약 도래하면 지금까지의 대선 전략은 크게 의미가 없 어진다. 여야 모두 집권 전략을 급선회해 야 하고 대권 잠룡들의 지금까지 위상에 도 변화가 올 수 있다. 무엇보다 야권 입 장에서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 정국 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반대하던 시기에는 정부·여 당을 흔들 거대 이슈 중 하나로 개헌 카 드만큼 유효한 게 없었지만, 이제 대통 령이 '퍼스트 무버'로 기선을 잡은 상황 에서는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이 '객 (客)'으로 뒤처져 따라가는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최순실·우병우 의혹' 등으로 수 세에 몰렸던 여권은 내심 정국을 반전시 킬 절호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기류가 감 지된다. 당·정·청이 개헌을 고리로 뭉치 면서 야권을 견제하고 여권 내부의 이반 을 잠재울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특 히 야권 내 개헌론자와 반(反)개헌론자 를 갈라놓을 분열책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개헌 카드는 다목적이다. 헌법 개 정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 통령이 국회에 발의할 수 있는데, 현재 박 대통령의 기세로 볼 때 국회가 개헌안을 내지 않을 경우 직접 개헌안을 발 의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러나 개헌 안이 발의되더라도 개헌이 실제 이뤄지 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개헌안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구조에 대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려 있어서 개 헌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하더라도 권력 구조에 대한 논의만 무성한 채 '말잔치' 로만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개 헌의 실현에 가장 중요한 차기 대권 주 자들이 개헌에 모두 찬성할지, 찬성하 더라도 실제 권력구조에 대한 합의를 이 뤄낼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실제로 대선 잠룡들의 반응은 소속 정당보다는 각자 개인의 처지와 이해관계에 따라 상 당히 엇갈려 나오고 있다. 야권의 유력 후보군들은 '박근혜표 개 헌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여권에서도 개헌 논의 찬성 입장을 표명한 후보들 도 박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는 부정 적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현실 정치인 가운데 대선주자 여론 지지도 1위를 달 려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역 시 야권 유력 주자 중 한 명인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의 순수성을 의심하며 사실상 반대 했다. 문 전 대표는 "비리 게이트를 덮으려 는 방탄 개헌"이라며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고, 안 전 공동대표는 국회의원 선 거제도를 먼저 개편해야 한다며 '선(先) 선거법 개정-후(後)개헌'을 요구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안 전 공동대표와 마 찬가지로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먼저 바 꾼 뒤에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여권 잠룡임 에도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 대한 반 대의견을 가장 명료하게 공식화했다. 그 는 "박근혜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경제· 안보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민주당 김부 겸 의원은 개헌 논의에는 원칙적으로 찬 성하지만, 권력구조만 건드리는 원 포인 트 개헌보다는 국민 주도의 포괄적 개 헌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 다.

오 전 시장은 또 내년 현 정부 마지 막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4월까지 개헌 을 시도해다 안 되면 차기 대권 주자들 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른바 '김영삼 키드'로 15대 국회 때 원내 에 동반 입성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 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 령의 개헌 제안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 했다.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범 국민개헌특위'를 조속히 구성하고 내년 4월 재보선 때 개헌안에 대해 국민투표 를 하자는 구체적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 는 또 "대통령의 결단을 환영하고 존경 한다"고 했다. 손 전 대표도 "개헌은 제7 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 라고 말했다.


글쓴날 : [16-11-01 09:38]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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