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잃은 法·檢> 잊을만하면 '비리 검사'…위기의 검찰
"검사 비리, 사회가 준 권한 남용"…"현 시스템·셀프개혁 한계" 지적 검찰 내부도 자성 목소리…"철저한 감찰·수사로 진실 규명하는 길 뿐"

"검사 비리, 사회가 준 권한 남용"…"현 시스템·셀프개혁 한계" 지적
검찰 내부도 자성 목소리…"철저한 감찰·수사로 진실 규명하는 길 뿐"


"누구를 믿어야 하나."

최근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한 검찰 관계자에게서 나온 반응이다.

'뇌물 받는 검사장',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 등 누구보다 '청렴의 상징'이 되어야 할 검사가 도리어 부패·비리 사건의 장본인으로 등장하는 일이 흔해졌다.

때마다 나오는 검찰 내부의 '자성과 개혁'은 번번이 공수표에 그치면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 '검사'하면 '뒷돈'?…비리 백태

'뒷돈 챙기는 검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그랜저 검사'와 '벤츠 여검사' 사건 등이 거론된다.

'그랜저 검사' 정모 전 부부장검사는 후배 검사에게 사건 처리 관련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건설업자에게서 그랜저 승용차와 현금 등 4천여만원어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2010년 12월 구속기소됐다.

'벤츠 여검사' 이모 전 검사는 특정 사건의 수사를 담당 검사에게 재촉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변호사에게서 신용카드, 벤츠 승용차 등 5천591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당시 이 전 검사는 '사랑의 정표'라고 주장했고, 이 사건은 훗날 벤츠 승용차가 두 사람의 내연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이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등에게서 총 10억원대 금품과 향응을 받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 사건 등도 비리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올해는 현직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구속·기소되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시작된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대박' 논란은 숱한 '말 바꾸기'와 함께 특임검사의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현직 부장검사가 '스폰서'를 두고 사건 무마 청탁까지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검찰청이 검찰 역사상 두번째로 특별감찰팀을 꾸려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 "이제는 바뀌겠다"…'셀프개혁' 번번이 수포

검찰은 검사의 각종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과하고 나름의 대책과 개혁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데자뷔'처럼 반복됐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이후 검찰은 감찰본부 신설과 특임검사 도입, 향응 받은 검사·수사관의 형사처벌 추진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그랜저 검사', 김광준 전 검사 사건 이후에도 검사의 청렴성을 평가해 인사에 반영한다거나 감찰기구 확대, 비리 검사 변호사 개업 제한 등 방안이 나왔다.

올해 진경준 사건 등의 여파로 대검은 '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법조비리 근절 및 내부 청렴 강화 방안'을 내놨다. '검찰 간부 비위 전담 특별감찰단' 도입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폰서 부장검사'까지 등장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의 개혁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는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쥔 조직의 특성상 근본적으로 주변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문제 등이 주로 지적된다.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가 검찰을 믿고 권한을 준 건데, 검찰은 그 신뢰를 이용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자기 권한을 얼마나 절제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현재의 시스템은 이제 한계에 달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 개혁 요구 '봇물'…기로 선 '김수남호 검찰'

불미스런 사건이 이어지면서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검찰의 자정 능력을 더는 신뢰할 수 없으며, 외부에서 개혁의 칼을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야권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을 비롯해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분리하자는 의견도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검사장을 선출직으로 바꾸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일본식 '검찰심사회' 도입 방안을 제안했다.

배 교수는 "검사 출신끼리 매번 개혁을 논해봐야 헛일"이라며 "외부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냈다.

노영희 전 변협 대변인은 "지금 나오는 개혁안을 보면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지 않는 균형·견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너무나 난관이 많은 상황"이라며 "이제는 정말 검찰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부부장검사는 "조직 내부가 뒤숭숭하다"며 "철저한 감찰과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썩은 곳은 도려내는 것이 무너진 신뢰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 중심으로 제시되는 개혁안들이 힘을 받게 될 공산이 커진 가운데 '김수남호(號)' 검찰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글쓴날 : [16-10-12 09:3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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