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올해 첫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출시…"글로벌 백신 시장 공략할 것"
“독감백신 생산을 위해 지난 6월부터 3개월 동안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공장을 돌렸습니다. 이제 출시만 남았습니다."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은 언제나 한 계절을 앞서간다. 가을과 초겨울에 몰리는 독감백신 접종 물량을 미리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으로 세포배양 방식의 4가 독감백신 출시를 앞둔 SK케미칼[006120] 안동 백신공장도 한여름인 8월에 이미 겨울 채비를 끝냈다.
지난 9일 SK케미칼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만난 이홍균 공장장은 "올해 접종될 세계 최초의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 4가'의 생산을 모두 완료했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은 올해 4가 독감백신을 포함해 총 500만명 분량의 독감백신을 공급한다. 기존 3가 독감백신과 4가 독감백신의 비율은 절반 정도다. 보건당국의 검정을 거쳐 이달 중 출시될 예정이다.
4가 독감백신은 한 번의 접종만으로 4개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제품으로 3가 독감백신보다 한 단계 발전한 형태로 평가받는다. 기존에 국내에 출시된 독감백신은 3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는 SK케미칼과 녹십자[006280], GSK가 4가 독감백신 시장에서 맞붙을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다국적제약사인 GSK가 유일하게 4가 독감백신을 판매했었다.
사실상 생산을 끝낸 공장은 한가한 모습이었다. 백신을 생산하는 시설인 만큼 철저한 무균 시스템을 추구하기 때문에 무진복과 무진화, 무진모를 두 겹이나 입고 들어섰다. 문을 통과할 때마다 공기차단시스템(에어락)을 거쳤고, 문이 열리릴 때마다 조용한 공장에 경고음이 울렸다. 외부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는 걸 경계하는 조치다.
현재는 세포배양을 통한 백신 생산에 필수적인 무균 배양기도 잠시 가동을 멈추고, 이물질 검사와 포장 같은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사기에 백신이 충전되고 나면 자동 이물 검사기를 통해 이물질 유입 여부를 검사하고 걸러진 제품은 다시 사람이 수작업으로 불량을 검수한다. 최종 불량률은 0.1% 정도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은 층고 19m의 거대한 창고에 보관된다. 온도는 2~8℃로 유지된다.
이 같은 철저한 무균 시스템과 꼼꼼한 검수, 최적의 온·습도 관리 외에도 사실 L하우스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세포배양을 통한 백신 생산에 있다.
세포배양 방식은 기존 유정란 방식과 달리 계란을 사용하지 않고 무균 배양기를 통해 백신을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량과 생산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항생제나 보존제를 투여할 필요가 없고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도 접종이 가능하다. 유정란 방식보다 생산 기간이 짧아 신종플루 같은 변종 독감이 확산하거나 독감이 대유행할 때에도 짧은 기간 내에 대량으로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동물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불활화(바이러스의 독성 제거)와 1·2차 정제를 마치는 데 약 33~35일이 소요된다"며 "생산 준비부터 실제 제품화까지 3개월이면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유정란 방식은 계란을 확보하고 바이러스를 배양, 이후 제품화하는 데 약 5~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겨울 채비를 마친 SK케미칼은 앞으로는 폐렴구균백신과 대상포진, 소아 장염, 자궁경부암 백신 등 국내에서 아직 개발하지 않은 백신 개발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해외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신 시장에서 국내 기술로 경쟁하는 백신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안동 백신공장의 이름인 'L하우스'에는 백신을 통해 인류 건강의 빛(Light)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백신 사업을 통해 질병에 대한 개념을 치료에서 예방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5~6개의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백신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