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원시부족의 여전한 ‘전통’…소 뛰어넘기 성인식
하메르·무르시·카로 등 16개 부족, 남부 오모강서 ‘공존’
에티오피아는 인류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땅이다.
1974년 북부 아파르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의 인류 조상 유골로 꼽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화석 ‘루시’, 그보다 앞선 1967년 25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원시인의 아래턱뼈가 남서부 오모(Omo) 강 연안에서 발견된 것이 그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640㎞에 이르는 오모 강 하류 일대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하메르(Hamer), 무르시(Mursi), 카로(Karo), 반나(Banna) 등 여러 원시 부족을 통해서도 이들의 아주 오랜 시절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 하메르족 남성 성인식 ‘소 뛰어넘기’…동시에 여성에겐 나뭇가지 매질
지난 17일(현지시간) 이틀간 약 1천㎞를 달려 찾아간 투르미(Turmi) 지역의 하메르족 마을은 멀고도 멀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소도시 징카에서 또다시 사륜구동 차를 타고 2시간가량 들어가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열아홉 살이 된 소년 오카다의 성인식 ‘소 뛰어넘기(Bull Jumping)’가 열리는 날이었다. 모든 하메르족 남성은 18∼19세가 되면 반드시 이 의식을 치르는데 알몸으로 여러마리의 소를 뛰어넘어야 한다. 성공해야만 ‘진짜 사나이’로 인정받고 결혼할 자격을 얻는다. 성인 자격증인 셈이다. 오카다는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표정이 진지했다. 하메르족 300여명이 모여 오카다의 성인식을 지켜봤다.
오카다는 일렬로 늘어선 소 일곱 마리를 다섯 차례 뛰어넘었다. 소 뛰어넘기는 주인공이 원하는 만큼 이어갈 수 있다. 많을수록 용맹함이 배가된다. 이를 지켜보던 카파(18)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는 소 여덟 마리를 뛰어넘을 것”이라며 “아주 예쁜 아내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카파는 이날부터 11일이 지나면 소 뛰어넘기를 해야 한다.
소 뛰어넘기 성인식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주인공 뿐 아니라 주인공 가족의 여성 구성원들도 바빠진다. 이들은 소 뛰어넘기 행사에 앞서 남성들로부터 나뭇가지로 매질을 당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여성이 ‘제발 때려달라’고 사정한다. 매질을 당하며 노래하고 춤도 춘다. 매질을 당함으로써 소 뛰어넘기 주인공을 응원하는 것이다.
붉은 진흙과 버터로 머리를 치장한 오카다의 여성 가족들이 소 뛰어넘기 행사에 앞서 끊임없이 나뭇가지를 주워 남성들에게 전달했다. 남성들이 나뭇가지를 휘두를 때마다 여성들의 살갗이 터져 피가 흘렀지만 이들은 좀처럼 맞는 걸 끝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들의 등과 팔은 매질 당한 상처가 뚜렷했다.
현지 가이드 웬데마겐 아가나우(30)는 “하메르족 여성들은 매질 의식을 통해 자신들이 주인공 남성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 지 보여준다고 생각할 뿐 아니라 몸에 남은 상처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하메르족에게 매질을 자제하라는 요청을 했지만, 하메르족은 ‘전통’이라며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입술 아래 접시 끼운 무르시족…꽃 꽂는 카로족
무르시족은 ‘접시족’으로 불린다. 무르시족 여자들이 15∼16세 정도가 되면 입술 아래 구멍을 내 접시를 끼우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무에서 채취한 오일을 발라 살이 잘 늘어나도록 한다. 처음에는 나무로 만든 접시를 끼우고 나중에 알록달록 장식한 진흙 접시로 바꿔 끼운다. 무르시족은 접시가 클수록 아름답다고 여긴다. 큰 접시를 끼운 여성은 결혼할 때 상대 집안으로부터 더 많은 소를 선물로 받는다.
징카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무르시족 마을에서 입술에 접시를 끼운 여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손바닥만 한 접시를 끼운 채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한 여성에게 접시 때문에 아프지 않으냐고 묻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접시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도 있었다. 움막 안으로 들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두 여성을 만났는데, 그녀들의 입술 아래에는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살이 늘어져 있었다. 아가나우는 “음식을 준비하거나 먹을 때, 아기를 돌볼 때, 잠잘 때는 접시를 빼도 된다”고 설명했다.
징카 남쪽에 거주하는 카로족에게도 무르시족의 접시 끼우기와 비슷한 장식이 있다. 여자들이 턱에 구멍을 뚫고 꽃이나 얇은 나뭇가지를 끼우는 것이다. 카로족 마을에서 만난 소녀들은 턱은 물론 귀에도 꽃을 꽂고 있었는데, 기자를 보더니 길에서 꽃을 꺾어 머리 위에 얹고는 “포토(photo), 포토”를 외쳤다. 턱에 나뭇가지를 꽂고 있던 카로 마을 최고령 여성(65)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기자의 팔을 붙들고 카메라를 가리켰다.
카로족은 일대 원시부족 사이에서 ‘어부’로 통한다. 오모 강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마을을 이루고 살면서 민물고기 따위를 잡아서 먹기 때문이다.
다른 부족들은 강에서 나온 수산물을 먹으면 나쁜 운이 온다고 생각해 기피한다. 다만, 카로족도 다른 부족처럼 수수나 옥수수 등의 작물을 키우고 가축도 기른다.
오모강 일대에는 16개 각 부족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 영토 문제로 분쟁이 생기거나 야생동물 사냥을 하다 충돌하는 등 다툼이 잦았지만, 에티오피아 정부의 중재로 비교적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각자 구역을 침범하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부족 대표끼리 만나 해결 방법을 모색하려 노력한다. 적게는 1∼2 부족, 많게는 4∼5 부족이 모여 일주일에 한두 차례 장터도 연다. 가축이나 향신료, 꿀, 직접 만든 버터, 계란, 장신구 등을 판다. 물물교환 또는 돈을 주고받는 거래도 한다. 16개 부족 대표들의 논의도 장터에서 이뤄진다.
글쓴날 : [16-05-31 10:59]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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