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불가’ 노조 요구 수두룩…현대중협상‘산 너머 산’
노조 ‘경영권’ 관여 요구 등에 구조조정 겹쳐 ‘파업’ 우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올해도 노조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에 나섰지만,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이 많아 협상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단협과 함께 회사의 구조조정이 맞물려 노조의 3년 연속 파업도 우려된다.
노사는 10일 올 임단협 상견례를 갖는 등 이번 주부터 본격 협상을 벌인다.
특히 올해 노조의 요구안 핵심은 회사의 부실 경영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가 회사의 부실 경영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지만 사실상 경영에 간여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회사는 그러나 경영권과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충돌이 예상된다.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지난 4일 임단협 출정식에서 “노조는 투쟁 과정에서 인사 경영에 개입, 단기 성과만을 위한 잘못된 부실 경영을 뿌리 뽑고 무능 경영, 부실, 부패를 반드시 끝장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노조는 단협 요구안에 ‘경영원칙’ 조항을 신설해 ‘투명한 경영의 공개’와 노조의 사외이사(1명) 추천권을 요구했다. 이사회 의결 사항을 노조에 통보할 것과 경영상 중요한 사항의 심의 결과는 노조 요청 시 즉시 설명하도록 하는 요구도 있다.
노조는 또 전년도 퇴사자 수만큼 신규사원을 자동 채용하자고 요구했다. ‘청년 노동자 일자리 창출’이 명분이지만 매년 1천여 명의 정년퇴직자를 충원하 않으면 그만큼 노동강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매년 되풀이하는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과 전환 배치 시 노조가 이의를 제기하면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요구도 있다. 모두 회사의 경영과 인사권과 관련한 조항이다.
회사는 특히 사외이사 추천 건에 대해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까지 노조가 참여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노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임금 부문 요구는 9만6천712원 인상(호봉 승급분 별도), 직무환경 수당 상향, 성과급 지급 등이다. 회사가 1년에 1회 이상 노조가 요구한 우수 조합원 100명 이상을 해외연수 보내달라는 것도 있다.
이들 모두 적자에다가 수주 절벽으로 도크까지 닫아야 할 처지의 회사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회사는 “노조 요구대로라면 3천억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회사는 노조의 요구에 맞서 임금동결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도 동결을 요구했다.
또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단협, 우수 조합원 해외연수, 20년 미만 장기근속 특별포상 등을 폐지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및 재량근로 실시 등을 노조에 요구한 상태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올 3월 창립 44주년을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배포한 담화문에서 “일감이 줄어든 만큼 호황기에 만든 지나친 제도와 단협 사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쳐 나가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이제 노조도 회사 생존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노조의 협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조의 경영·인사권 침해 요구안에다가 회사의 임금동결 및 단협 재검토 요구를 놓고 교섭은 난항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회사가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고, 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임단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정리해고까지 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한다”며 “일자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부당한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노사 관계전문가는 “아직은 생산직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구조조정까지 이뤄지거나 임단협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2014년과 2015년 연속 파업을 이끈 강성 노조 집행부가 또다시 파업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글쓴날 : [16-05-31 10:54]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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