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기만 한다면”…유통업계 ‘적과의 동침’
11번가-티몬, 이마트-쿠팡, 빙그레-크라운 제휴
장기 소비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체들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경쟁사와 거리낌없이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서 잘만 팔린다면 가릴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 오픈마켓(판매자-소비자 중개업) 11번가(www.11st.co.kr)는 11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로서 강력한 경쟁자인 티몬(www.tmon.co.kr)의 2천여가지 지역상품(전자쿠폰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티몬과의 제휴를 통해 11번가는 모바일 앱에서 티몬의 전국 맛집 쿠폰(뷔페·레스토랑·카페 등), 미용서비스 쿠폰(헤어샵·네일 등), 여가생활 쿠폰(스파·피트니스·요가·골프·키즈카페 등), 교육 쿠폰(학원) 등을 선보였다.
현재 11번가 ‘쇼킹딜’ 앱의 ‘웰컴 티몬’ 코너에서는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바이킹뷔페 식사권이 2만8천원(20% 할인)에, 인도요리 맛집 아그라 식사권이 3만9천600원(53% 할인), 헤어샵 살롱드마샬 이용권이 12만9천원(58% 할인)에 팔리고 있다.
SK플래닛(11번가 운영사) 관계자는 “지역 상품에서 강점을 지닌 소셜커머스 티몬이 입점하면서, 11번가 고객들은 더 다양한 지역 쿠폰 상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결과적으로 상품구색과 매출 측면에서 11번가와 티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제휴”라고 설명했다.
대표 할인점 이마트의 간편식 자체브랜드(PB) ‘피코크’ 제품이 최근 최저가 경쟁의 ‘맞수’인 온라인몰 쿠팡(www.coupang.com)에 등장한 것으로 비슷한 사례다.
두 업체에 따르면 이마트는 3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쿠팡에 90여가지 피코크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쿠팡의 공급 요청이 있었고, 온라인·모바일 쇼핑 고객에게 피코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쿠팡은 직접 매입 형태로 이마트 피코크를 사들이고 ‘딜(deal)’ 형태로 이를 판매하는데 피코크 제품 대부분을 직접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 대상에 포함시켜 구매액이 9천800원만 넘으면 무료 배송한다.
쿠팡 관계자는 “이마트의 상품이건, 어느 브랜드이건 고객 수요가 많은 것이라면 상품 다양화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현성 티몬 대표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상품이라면 경쟁사 대형 유통업체들의 PB 제품도 취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폭 넓은 제휴 가능성을 내비쳤다.
식품업계에서는 빙그레가 작년 11월 스낵제품 ‘꽃게랑 불짬뽕’의 판매를 경쟁사인 크라운제과에 맡겼다.
스낵 시장에서는 ‘라이벌’ 관계이지만 자체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크라운제과를 통해 위탁 판매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크라운제과 입장에서도 빙그레의 스낵 제품군까지 자사 브랜드를 달고 판매하면서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매일유업의 관계사 씨케이코앤은 분유 일동후디스에 알루미늄 이유식캔을 납품하고 있다. 분유 시장에서 경쟁 관계지만 ‘효율성’ 기준 하나만으로 적과 손 잡은 대표적 사례다.
정식품도 경쟁 업체인 남양유업·풀무원·동아오츠카 등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두유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글쓴날 : [16-05-31 10:1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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