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한 책 골목인 부산 보수동책방골목의 모든 것이 수록된 종합안내서가 발간됐다.
보수동책방골목은 6·25 전쟁 때 임시수도가 된 부산에서 이북에서 피란 온 손정린씨 부부가 현재의 책방골목 입구에서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와 만화, 헌책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헌책을 사고팔며 65년간 문화공간 역할을 해온 보수동책방골목에서 서점 주인과 독자의 이야기를 기록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내서 이름은 ‘표준전과’.
1970∼1990년대 동아전과와 함께 참고서의 양대산맥이었던 전과 이름에서 따왔다. 보수동책방골목의 모든 것을 수록했다는 의미다.
‘표준전과’에는 짧게는 20년에서 40년 이상 책방을 운영해온 서점 주인의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한다.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서점을 운영하는 남양서점 주인 황도영씨는 10여 년 전 책방을 찾은 손님과 결혼했다.
황씨는 “예전에는 하루 매출만 1천만원을 넘었고 외환위기 시절에도 줄을 서 기다려야 할 만큼 장사가 잘됐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교도소 재소자에게 책을 보내주는 선행을 해온 청산서점 주인 김순년(69)씨는 “요즘 젊은이는 책 한 권 사는 것도 아까워한다”며 “스마트폰으로도 보기는 하는데 책을 잘 안 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책방 주인들은 헌책을 사서 공부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거나 취직을 했다며 인사하러 오는 독자가 종종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세기서점 주인은 20여 년 전 가을, 정장 차림의 청년이 죽을죄를 지었다며 봉투에 든 책값을 내민 장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헌책방에 들렸다가 헌법 등 수험서 3권을 훔쳤는데 시험에 합격한 뒤에야 사죄하러 와서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
또 최근에는 사람은 많이 오는데 주로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많아 동물원처럼 구경거리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독자와 서점 주인들은 책방골목에서 개선돼야 할 점으로 주차장과 공중화장실 해결을 꼽았다.
‘표준전과’에는 현재 운영 중인 37개 서점에 대한 소개와 위치, 연락처 등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골목 내 ‘먹고 마시고 즐기는’ 곳을 정리했다.
책방골목 내 모든 시설을 일목요연하게 그린 일러스트 안내도는 복잡한 책방골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보수동책방골목에는 10여 년 전부터 서점 외에도 카페나 음식점, 소품점 등 10여 개의 상점이 들어서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보수동책방골목 측은 책 구매와 식사, 차를 즐기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보고 먹고 마시는 티켓’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종세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장은 “일본의 진보쵸, 영국의 헤이온와이처럼 보수동책방골목이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자 책 마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