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카메라도 감쪽같이 속인 ‘위조 차량 번호판’
자석 고무판 인쇄 후 아크릴판 덧대 육안 구분 어려워
“단속 카메라도 속아 넘어갈 만큼 음영까지 정교하게 번호판을 복제해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구별이 어렵습니다.”
속도위반, 주정차위반 등으로 세금이 체납돼 차량 번호판이 영치된 이모(44)씨는 지난 2011년 9월 차량 운행을 다시 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광고업자 김모(57)씨를 찾아갔다.
영화제작 현장에서 허가를 받은 뒤 촬영에 필요한 차량 번호판을 직접 제작해 사용한다는 말을 들은 이씨는 김씨에게 “영화촬영에 쓰려는데 차량 번호판을 하나 제작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씨는 차량 번호판과 비슷한 질감의 자석 고무판에 번호를 인쇄해 이씨에게 건넸다.
제작 비용은 단돈 6만원.
이씨가 100여건의 교통법규 위반으로 물어야 할 세금이 1천만원에 달한 것을 생각하면 아주 ‘저렴한’ 비용이었다.
이씨는 차량 번호판과 비슷한 질감을 내기 위해 위조 번호판 앞에 얇은 아크릴판을 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용은 저렴했지만 품질은 단속카메라도 구분해내지 못할 만큼 정교했다.
이후 이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차량을 몰고 다녔고 그 뒤로도 속도위반과 주정차 위반 등 80여건의 법규 위반을 저질렀다.
범행에 성공하자 이씨는 번호판이 영치된 지인들에게 이 방법을 소개했고, 김씨를 통해 번호판을 제작해 주는 대가로 20∼80만원의 알선비를 받아 챙겼다.
위조 번호판을 산 운전자들은 대부분 대포차 소유자들로 각 차량의 체납 세금은 차 값을 훨씬 웃돌았다.
이 수법은 이씨를 통해 알음알음 퍼져 나갔고, 13개의 위조 번호판이 제작됐다.
4년여 동안 경찰과 관공서를 완벽히 속였던 이씨 등은 결국 꼬리를 잡혔다.
이씨의 소개로 위조 번호판을 달았던 운전자가 지난해 사채업자에게 차량을 맡기고 수천만원을 가로챘다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차량은 이미 번호판이 영치된 뒤에도 속도위반 등 단속카메라에 단속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위조 번호판 제작 경위를 추적해 김씨와 이씨, 위조번호판 사용자 등 15명을 붙잡았다.
위조 번호판을 사용한 운전자들이 체납한 세금만 1억5천만원이 넘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위조한 차량 번호판은 단속 카메라도 구별 못 할 정도로 실제 번호판과 음영까지 똑같이 위조됐다”며 “대포차 못지않게 위조 번호판도 범죄에 악용할 소지가 있으니 이 같은 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수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2일 김씨와 이씨, 위조 번호판 사용자 박모(42)씨 등 15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글쓴날 : [16-02-25 16:24]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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