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이 집단 발생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주사기 재사용이 수년간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다나의원과 관련해 2008년 12월부터 주사기 재사용에 대한 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의원 종사자의) 진술이 있었다”면서 “해당 원장이 2012년 뇌병변을 겪은 이전부터 이 같은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양 본부장은 감염 발생 신고와 관련해 “C형 간염은 모든 의료기관에 신고 의무를 두고 있지 않지만 역학적으로 연관돼 있는 집단환자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의료진 등에 신고 유도를 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의료인 면허 및 자격 문제가 계속 지적되자 보건복지부는 ‘의료인 면허신고제 개선 협의체’를 이달 안에 구성하고 내년 2월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해 의료인 면허신고제를 대폭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협의체에서는 의료 행위를 수행할 수 없는 의료인의 건강상태를 판단하는 기준과 이를 증빙할 만한 방안 등을 논의하는 등 구체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전문가와 의료인, 환자 단체와 충분히 논의한 뒤 의료법 등 관련 법안 개정도 즉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회용 기기의 재사용 금지와 처벌 규정을 담고 있는 법 개정안과 사후 회복이 불가능한 위해 사건에 대한 업무 정지 처분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각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복지부는 또 각 의료인 중앙회 및 협회에서 실시하는 보수교육을 내실화한다.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막기 위해 각 협회의 윤리위원회 등에서 자체 조사를 진행한 뒤 이에 대한 처분을 복지부에 의뢰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복지부는 의료인 외에도 약사에 대한 면허관리를 강화하고, 면허신고제 도입 방안을 검토해 면허관리 체계를 내실있게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검사비, 진료비 등에 대해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해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신청 제도를 안내한다.
한편, 지금까지 C형간염 항체검사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총 78명으로 이들 모두 다나의원에서 주사 처치를 받았다.
2008년 5월 이후 이 의원을 찾은 이용자 2천268명 중 1천55명(46.5%)에 대한 검사가 이뤄졌다.
지난달 19일 다나의원을 폐쇄해 추가 전파를 방지하고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감염원을 검증한 방역당국은 “1차 방역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방역당국은 장기간 지속된 주사기 재사용을 집단감염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장과 종사자의 진술로 주사기 재사용이 확인됐다”며 “주사기와 연관된 환경 검체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이는 유전형이 1a로, 인체에서 확인된 유전형과 동일하다”고 방역당국은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C형간염 외에도 B형간염, 말라리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혈액을 매개로 감염되는 감염병에 대한 검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헌혈 선별검사에서는 매독 항체 양성 4건(현재 감염 1건, 과거 감염 3건), 말라리아 항체 양성 18건(모두 과거 감염), B형간염 항원 양성 23건 등이 확인됐지만 이는 지역사회에서 발견되는 수준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방역당국은 설명했다.
방역당국 “원장 부인이 의료행위” 고발…환자 검사·진료비 구상권 청구 방침
원장 교통사고로 뇌손상 후유증 뒤늦게 알려져…”혼자 거동 불편해 해”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과 관련해 방역당국이 이 의원에 의료기관 업무정지와 의료인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결정했다.
원장이 뇌손상 후유증 등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원장의 부인이 원장을 대신해 일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정황도 밝혀졌다.
2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관할 양천보건소는 다나의원을 업무정지 처분하고 원장 A씨에 대해서는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에 자격정지를 의뢰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환자의 검사비와 진료비에 대해 다나의원에 구상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집단감염 원인과 관련해 일부에서 다나의원 원장의 건강상태가 지적되기도 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다나의원 A원장이 뇌내출혈 등 뇌손상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며 “다만, A원장의 건강 상태가 이번 사태의 중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주사기 재사용과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원장은 뇌손상, 수전증 등 후유증을 앓아 장애등급(2급·뇌병변장애 3급 등)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천보건소 관계자는 “A원장이 혼자 앉고 일어서는 것에 불편해하는 것 같다. 부인의 부축을 받아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A원장은 방역당국에 “수년 전에는 주사기 재사용을 하지 않았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나 병원 관계자 중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진술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장애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의료기관을 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A원장의 진술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A원장의 이 같은 건강 상태가 주사기 재사용과 관련된 것인지 다각도로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A원장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할 건강상태가 아닌데도 의료행위를 했다면 윤리적인 비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뇌손상 후유증 자체가 주사기 재사용 등 감염 관리 소홀 행위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방역당국은 A원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이 아닌 부인이 일부 의료행위를 한 정황도 파악했다. 양천보건소는 원장의 부인이 의원 종사자에게 채혈을 지시하는 등 의료행위를 했다며 A원장의 부인과 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다나의원은 수액주사(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되는 마늘주사나 비타민주사 같은 기능성 영양주사를 집중적으로 처방하고 있는 의원이다. 이번 사태의 C형간염 감염자는 모두 수액주사를 투여받은 공통점이 있다.
이 의원의 주사 처방률(약 처방을 받은 환자 중 주사 처방을 받은 비율)은 다른 병·의원의 5배에 육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사 처방률은 98.12%로 전체 병·의원 평균인 19.29%보다 훨씬 높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C형간염에 감염된 사람은 이날 1명이 추가돼 모두 67명이 됐다.
방역당국은 2008년 5월 이후 이 의원을 이용한 2천268명(중복된 1명 제외)을 확인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600명(26.5%)이 검사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