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예산부수법안 15건은 여야의 첨예한 대립 끝에 나온 절충안이다.
핵심 쟁점이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농어민으로 확대됐고, 연소득 5천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비과세 혜택을 50만원 더 주기로 했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에 1인당 500만원을 세액공제해 주는 청년고용증대세제도 내년부터 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근로자·청년 고용을 세제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는 과세 시점이 2018년으로 미뤄져 앞으로 2년 동안 법안 내용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종교인 과세를 실행하는 공은 다음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업무용 차량 과세도 차량 가격 기준이 아닌 연간 손비 처리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결정돼 ‘고가의 수입차 봐주기’ 논란이 여전히 남게 됐다.
‘만능통장’ ISA 농어민도 가입 가능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는 근로자 재산 형성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 민생 정책이다.
ISA는 예·적금, 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넣어 운용하면서 매년 2천만원 납입 한도로 총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어 주부, 농민 등은 혜택을 보기 어렵고 연간 비과세 혜택 규모 200만원이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여야는 ISA 가입 대상에 농어민을 추가하기로 하는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연간 소득이 5천만원 이하인 가입자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250만 원으로 늘려주고 의무 가입 기간은 3년으로 단축한다.
연소득이 5천만원을 넘어서는 경우 정부안과 같이 200만원 한도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고, 의무 가입기간도 5년이 적용된다.
ISA 도입에 맞춰 올해 말로 잡았던 농협, 수협, 산림조합, 신협, 새마을금고 예탁금·출자금에 대한 비과세 일몰은 2018년 말로 3년 연장했다.
해외상장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전용펀드에 가입하면 1인당 3천만원까지 비과세하는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도 도입된다.
대기업 세액공제 1인당 200만원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 지나친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일부 법안은 정부 원안보다 세금 감면 폭이 줄어들었다.
청년 고용절벽을 막고자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청년고용증대세제’의 대기업 공제 한도는 정부가 애초 내놓은 2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이에 따라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가 증가한 기업은 중소·중견기업은 1인당 500만원, 대기업은 2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또 내년부터 무주택인 성인 자녀가 10년 이상(성인이 된 이후 동거기간 기준) 부모와 함께 살던 집 한 채를 상속받는다면 5억 원 한도 내에서 상속세를 80%까지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부모 모시고 사는 것을 장려한다는 취지에서 공제 폭을 기존 40%에서 100%로 확대하는 상속세 감면 방안을 내놓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감면 폭이 80%로 조정됐다.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근로자·청년 고용 지원, 경제살리기 등 정부가 내놓은 ‘2016년 세법개정안’의 큰 틀은 유지된 셈이다.
업무용 차량 年 800만원까지 감가상각 인정
그러나 업무용 차량의 경비인정과 종교인 과세 등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고급 승용차를 업무용으로 쓰지 않는데도 세금 혜택만 챙겨 ‘무늬만 회사차’ 논란을 부른 업무용 차량의 구입비·유지비는 연간 800만원까지 감가상각비용을 인정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경비처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사실상 차량 구입금 전액을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8천만원짜리 업무용 차량을 구입했다면 차량 감가상각비와 운영비 등을 합쳐 10년간 차 값 전액에 대한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정부는 애초 비용의 50%를 인정하기로 한 ‘정률’ 방식을 내놓았지만 고가 차량 소유자에게 더 큰 혜택을 준다는 논란이 있어 연간 1천만원까지 경비로 인정하는 수정안을 마련했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업무용 차량 과세 법안은 정부안보다 강화된 것이지만 ‘고가의 수입차 봐주기’ 논란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의원들은 차량 구입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통상 마찰 우려가 있다는 정부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실제 시행은 ‘글쎄’
종교인 과세를 위한 소득세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2018년부터 목사, 스님 등 종교인 개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6∼38%의 세율로 세금이 부과된다. 단, 종교단체는 과세 대상이 아니다.
1968년 처음으로 종교인에 대한 과세 논의가 시작된 이후 47년 만에 과세를 위한 입법이 완료되고 50년 만에 실제 과세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애초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하기로 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실제 과세 시점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고려해 2018년 1월로 미뤄졌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통해 종교인의 전체 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경비로 인정해 공제해 나오는 과세표준(과표·세금부과 기준금액)에 세금을 매길 예정이다.
연소득이 4천만원 이하면 전체 소득에 80%의 공제율을 적용해 과표를 산정하고 ▲4천만원 초과∼8천만원 이하는 60% ▲8천만원 초과∼1억5천만원 이하는 40% ▲1억5천만원 초과는 20%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원천징수(회사가 국가 대신 소득세를 떼서 납부하는 것) 여부를 종교단체가 알아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종교단체에서 원천징수를 하지 않으면 종교인이 스스로 소득을 신고한 뒤 세금을 내야 한다. 일각에선 종교인 과세가 유예 기간이 끝난 후인 2018년에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으로 2년 동안 법이 보류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에 통과된 과세안 자체가 특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일 종교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종교인에게만 특혜를 줘 조세공평주의에 어긋난다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위헌소송을 낼 것이라고 이미 선언했다.
납세자연맹이 법안을 토대로 예상 세금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이 8천만원인 종교인이 125만원의 종교소득세를 낼 때 같은 소득의 근로소득자는 이보다 5.8배가 많은 717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
2천만원 이상 고액기부금 세액공제율 25→30% 상향
올해부터 고액 기부금 세액공제율은 현행 25%에서 30%로 상향되고, 고액 기부금 기준은 3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조정된다.
카메라(20%), 향수와 녹용(7%)에 붙는 개별소비세는 폐지된다. 국민소득이 높아져 이들 상품을 사치품으로 볼 수 없다고 여야가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정부안에 포함됐던 로열젤리는 개별소비세 폐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학연금법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사학연금 부담률은 공무원연금에 맞춰 현행 7%에서 9%로 높아지고 지급률은 1.9%에서 1.7%로 내려가게 됐다.
‘만능통장’ ISA 내년 3월 출시될 듯…’머니 무브’에 촉각
국회 법안 통과로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시대가 바짝 다가왔다.
당국은 하위 법령 개정 등 남은 절차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 내년 3월 무렵에는 ISA 가입을 허용할 방침이어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역 간 자산 대이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키려는 은행, 빼앗으려는 증권·보험사…’계륵’ 평가도
ISA 시행 확정 소식에 가장 고무된 쪽은 증권업계다.
예금뿐 아니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담을 수 있는 ISA의 특성상 자산 배분 노하우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ISA 제도가 시행되면 기존에 증권사 창구를 이용해 본 경험이 없는 이들을 대거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올해 한은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실질적으로 저금리가 아닌 무(無)금리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은행권의 예금상품에 익숙한 보수적 고객들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KDB대우증권 신탁부 김규환 팀장은 4일 “시중 금리가 너무 낮은 수준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종합적 자산관리 기능이 강한 증권사의 매력이 부각할 수 있다”며 “ISA 를 통한 투자 경험이 여러 자산 투자로 확대될 수 있어 적극적으로 ISA 계좌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은 예금의 안정성을 적극 부각시켜 기존 고객들을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예금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들은 보수적 성향이 매우 강해 위험 부담이 있는 금융투자 상품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ISA를 절세 예금으로 마케팅하면 은행권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ISA 최대 비과세 한도가 당초 정부안보다 50만원 많은 250만원으로 확정됐지만 흥행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여전히 흘러나온다.
또 업계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이익에 비하면 홍보와 유치에 드는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ISA의 상징적 의미가 크다 보니 유치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도 없는 ‘계륵(鷄肋)’ 같은 존재라는 푸념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선 영국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과감하게 결정을 해야 했었는데 부자 감세 논란 속에서 이도 저도 아닌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