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21일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하겠다”며 2월초까지 독자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의원의 독자신당 창당 방침 공식화에 따라 호남지역을 비롯한 텃밭 균열이 가속화되는 등 야권 지형의 빅뱅이 예상된다.
특히 안 의원은 호남 신당세력과의 연대는 열어두면서도 새정치연합과는 연대·통합 불가 원칙을 밝혀 내년 총선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정치와 세상을 바꾸라는 국민 열망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채 실망을 안겨드렸고, 국민과 새정치연합 당원, 지지자들에게 큰 마음의 빚을 졌다”며 “그 빚을 갚을 길은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루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정치를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청산해야 할 사람들과는 연대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부패에 단호한 정당 △실력있는 인재들이 모이는 정당 △젊은 세대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정당 △생각이 달라도 대화·토론하는 정당의 ‘비전’을 제시한 뒤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지않고 수구적 생각을 갖지않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신당은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라 낡은 정치청산과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범국민적 연합체가 될 것”이라며 “’미래정당’, ‘국민정당’, ‘통합정당’ 건설에 용감하게 모두 나서달라. 낡은 생각과 낡은 리더십, 낡은 제도를 뜯어고치는 새정치의 역사적 장정에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내년 초 창당준비위를 발족하고 가급적 설 전인 2월초 신당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창당 로드맵을 제시한 뒤 이번주부터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을 단장으로 하는 창당실무준비단 가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새정치연합과의 연대 문제와 관련, “연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혁신을 거부한 세력과의 통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호남 신당세력들과의 관계설정에 대해선 “그분들과의 연대는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면서도 “저나 신당의 최우선적 과제는 새로운 시대요구와 새정치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으로, 협력문제는 이런 문제들이 어느정도 해결이 된 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당 참여 대상과 관련, “당내외에서 연락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제가 연락 드려야 될 분들도 계시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며 “참여 여부에 대해선 확정이 되면 말씀드리겠다.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 목표 의석수와 관련, “아직 창당되기도 전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적절하지는 못하다”면서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개헌저지선 확보로,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확장의 가능성들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새누리당에 대한 문제 인식을 하고 계신 분들, 현 야당에 대해서 문제 인식 갖고 계신 분들이 오히려 국민들 절대 대다수라고 보고 있다. 그분들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적극적으로 좋은 분들 소개시켜 드려서 꼭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주 실무준비단 구성, 2월초 창당완료…50일 ‘속도전’
총선 100석 목표…정계개편·대선 전진기지 정조준
인재영입·새정치 구체화 과제…제3당될 경우 ‘분열책임론’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1일 늦어도 올해 2월초까지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총선이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속도전’을 통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신당을 만들어 선거체제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50일 목표 ‘초스피드’ 창당
안 의원은 당장 금주부터 창당실무준비단을 가동하기로 했다. 창당실무준비단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태규 부소장이 맡아서 이끌고, 조만간 사무실을 마련해 실무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안 의원의 최측근인 이 부소장은 이미 안 의원이 탈당한 직후부터 신당을 전제로 안 의원의 측근들과 함께 실무 작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초에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늦어도 올해 2월 설 연휴 이전 창당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창당실무준비단 구성부터 창당 완료까지 불과 50일도 걸리지 않는 ‘초스피드’ 일정인 셈이다.
88억원 국고보조금·’밥상머리 민심’ 고려 해석
이 같은 일정은 무엇보다도 올해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인재 영입을 통한 세불리기와 후보 공천작업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총선 두 달 전에는 창당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이 같은 일정은 국고보조금 확보와 설 연휴 민심을 잡기 위한 다중포석이다.
안철수신당이 올해 2월 15일까지 교섭단체 규모의 신당을 구축할 경우 88억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설 연휴 이전으로 창당 시점을 제시한 것은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설 명절 때 국민의 ‘밥상머리 여론’을 의식해, 신당을 ‘안주’로 올림으로써 지지세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라는 관측이다.
제2의 새정치 실험 통해 정치개편 도전장
안 의원은 이날 신당창당을 선언함으로써 새정치연합추진위원회를 통해 독자신당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중단했던 새정치 실험을 다시 추진하게 됐다.
안 의원은 총선 목표를 개헌 저지선(100석)으로 야심차게 설정했다. 제1야당의 위치를 확보함으로써 야권을 재편하고, 새누리당 일부 지지층을 흡수함으로써 정치판 전체 판갈이를 시도하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안 의원은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게 마지노선”이라고 말했고, 문병호 의원은 “제2야당이 아닌 제1야당이 목표이다. 100석인 (야권 전체가 아닌) 신당만의 목표”라고 밝혔다.
독자기반 마련·’강철수 리더십’으로 대선 겨냥
이 같은 정치개편 의지는 안 의원 자신에게는 차기 대선을 정조준한 전진기지 구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안철수 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경우 야권 대선후보 자리를 두고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잠재적 경쟁자에 비해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세의 열세를 절감하며 번번이 물러난 탓에 생긴 ‘철수(撤收)정치’라는 오명을 더 이상 감수할 수 없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지난 3년여의 정치경험을 통해 보다 성숙해진 ‘강철수(강한 안철수)’의 면모를 과시, 정치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우월한 과반을 차지해 야권 전체가 패배하고, 더욱이 안철수신당이 제3당에 머물 경우, 안 의원은 야권분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인물영입 균형모색·새정치 구체화는 숙제
안 의원의 재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도전이 실패했던 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추진위원회 시절 창당 실험이 결국 실패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난을 이번에는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 의원측 내부에서도 나온다.
안 의원이 최근 인물 영입 3원칙을 제시하면서 “배제가 아닌 통합의 원칙”임을 분명히 밝힌 것도 이 같은 기조로 해석된다. 반면 새정치연합 탈당파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기성 정치인 위주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할 위험성도 지적되고 있다.
안 의원도 교섭단체 구성 목표에 대한 질문에 “국회의원이 많이 참여하는 건 민심에 영향을 주고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고 목표는 아니다. 목표는 국민의 지지”라며 국회의원 영입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의원이 정치입문 때부터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새정치라는 가치가 여전히 불분명하고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극복해야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