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청년활동 지원사업'(청년수당)을 놓고 중앙정부와 서울시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브리핑까지 열면서 이 사업이 복지부와의 '협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서울시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는 1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관련 법 조항을 설명하면서 서울시를 겨냥해 "법을 집행하는 정부부처에서 법을 위반해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꼬며 "법령을 봤을 때 협의 대상인 것이 명확한 만큼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총리 주재 회의지만 사무국은 복지부 산하에 두고 있다.
논란의 대상이 된 청년수당 제도는 정기 소득이 없는 미취업자이면서 사회활동 의지를 갖춘 청년들에게 공모와 심사를 거쳐 최장 6개월간 교육비와 교통비, 식비 등 월 50만원을 청년활동지원비로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지난 5일 발표했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경우 복지부장관과 '협의'하게 돼 있는 '지방자치단체 신설·변경 사회보장(복지) 조정제도'의 대상인지에 있다.
서울시는 해당 제도가 시혜성 복지 제도가 아닌데다 공모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정한 사회보장의 정의 중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모든 국민을 보호한다'는 대목을 들어 이 제도가 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회보장제도라고 강조한다.
공모 방식이라서 대상이 아니라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서는 "제도의 추진방식에 상관없이 성격이 사회보장제도에 해당하면 협의대상이 된다"라는 판단을 내놨다. 강완구 사회보장위 사무국장은 "법이 '제도의 추진방식'에 대해 명시하지 않기 때문에 협의 대상인지 판단할 때 추진방식을 따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서울시가 '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청년수당 제도에 대해 강행 의지를 보이는 것은 협의를 요청하게 되면 복지부가 이 제도에 대해 '불수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설·변경 사회보장 조정제도는 2013년 도입된 이후 대상 중 75%는 '수용' 혹은 '조건부 수용' 결정을 거쳐 시행됐지만, 나머지는 복지부가 '브레이크'를 걸어 보류 혹은 무산됐다. 수용 결정이 난 사례가 훨씬 많기는 하지만 성남시 무상산후조리원 같은 민감한 사안은 불수용 결정이 나 사업이 보류된 상태다.
복지부는 "(청년수당 제도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지만, 이 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최경환 부총리가 "'포퓰리즘이 매우 염려된다"며 비판했고 고용노동부도 "별도로 자치단체별로 청년수당을 신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사무총장은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사회보장위 차원에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으며 사회보장위가 복지부에서 결정한 의사결정을 그대로 추인하는 기구도 아니다"며 "지자체의 사업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사회보장사업을 조화롭게 하기 위한 컨설팅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박원순 "청년수당이 포퓰리즘? 현장에 가보고 말하라"
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취업준비생들에게 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 '포퓰리즘'이란 지적에 대해 "청년실업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박 시장은 10월 한 달간의 일자리 대장정 성과를 이날 발표하면서 청년수당 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와 여당의 비판에 "청년 실업 상황이나 그들이 당하는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문제제기다. 현장에 20여 일이라도 가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시의 청년보장정책은 다양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면서 "(청년수당은) 노인 기초연금과는 차원이 다르다. 취업 절벽 앞에 선 청년들에게 사다리를 놓아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또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도 산하기관에서 도입을 협의 중이지만 그와 별개로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여러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산하기관이 도입을 추진중이지만 임금피크제보다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라며 노사와 협의해 이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자리 대장정과 관련, 10월 한 달간 99개 노동 현장을 방문해 시민들로부터 450여 개의 정책제안을 받았으며 그 중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내년 예산에 64개 사업 1천903억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7년까지 해외 진출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약 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와 서울산업진흥원(SBA), 모태펀드가 자금을 출자하고 해외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끌어낼 계획이다.
또 해당 지역이 활성화하면 이미 자리잡은 청년기업가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자 시가 공공건물을 매입해 싼값에 제공하거나 상인들에게 장기저리융자를 해주는 '서울시 장기안심상가' 대책도 연내 내놓기로 했다.
아울러 연구개발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양재, 마곡, 홍릉 지역의 도시계획 시설을 해제하고 건축행위 제한도 완화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이자 인간의 존엄성"이라며 "산업계, 대학계, 노동계와 협력해 큰 길을 걷기 위한 작은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