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짜리 특허로는 면세산업 못 키워… 제도 바꿔야"

면세점 특허를 5년마다 '원점 경쟁'을 거쳐 소수 업체에 부여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어려운만큼,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5년 시한부 특허, 수출산업인 면세점 투자 걸림돌"
우선 학계와 업계, 시장에서는 현행 특허기간인 '5년'이 너무 짧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으나, 2013년부터 대기업 독과점 반대 기류 등의 영향으로 관세법이 바뀌면서 롯데·SK 등 기존 업체도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신규 지원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하는 처지가 됐다.
'5년 주기 특허 재승인' 제도는 법의 취지처럼 한 업체에 장기간 독점적 지위나 특혜를 주는 것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제대로 갖추는데 최소 5년이상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면세점의 주인이 5년만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합리한만큼, 10년이상으로 특허 기간을 다시 늘려달라는 주장이 거세다.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탈락한 롯데 잠실점(월드타워점)의 매출(2014년 4천820억원)은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세번 째로 많고 지난해 이전·확정 과정에서 3천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까지 투자됐다"며 "하지만 결국 월드타워에 자리를 잡은지 1년만에 문을 닫게 됐으니, 이 사례를 보고 어떤 면세사업자가 중장기 투자에 나서겠나"고 반문했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도 "다른 나라에서도 면세점 특허 또는 허가 제도가 있어 일정 기간을 두고 운영권을 보장하지만, 우리나라처럼 5년마다 기존 업체의 기득을 인정하지 않고 '원점부터' 경쟁시켜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지속적인 사업을 보장하는 게 글로벌 경쟁력, 고용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한국유통학회장)도 "면세점도 국제간 경쟁 중인데, 한국 관광자원이 일본·홍콩·싱가포르보다 많지 않은 상황에서 면세점이라도 화려하고 큰 규모를 갖추도록 투자가 이뤄져야한다"며 "하지만 5년마다 주인이 바뀔 수 있다면 어떻게 투자를 환수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입찰 결과로 면세사업의 영속성, 고용 안정 등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며 "면세점 특성상 초기에 시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5년 내 투자 원금 회수가 어려운데다 사업 지속성도 불투명한만큼 업체 입장에선 신규 투자가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면세산업 육성 독과점 논란에 발목…진입장벽 낮춰야"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영업 역량을 갖춘 기존 면세점 사업자에 10년 이상의 운영 기간을 보장하되, 독과점 시비 등을 막기 위해 신규 면세사업자에 대한 진입 장벽을 지금보다 낮춰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외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수출산업'으로서 면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일정 기준을 통과한 업체를 모두 시장 플레이어로서 받아들여 경쟁을 유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는 "면세점 산업은 외화획득, 고용 등의 측면에서 수출산업에 가깝고 부수 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도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육성이라는 기본 방향은 정해졌는데, '대기업 특혜' 의혹이 걸림돌이 된다면 아예 진입 장벽을 없애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면세물품을 팔아야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본금, 인적요건 등의 기본 요건은 꼭 갖춰야하지만, 일단 기준을 넘어섰다면 모든 업체에 기회를 주자는 얘기이다.


김근종 현대증권 연구원도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고 현재 세계는 치열하게 중국 관광객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 시점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주요 관광요소 중의 하나인 면세점을 국가가 선택하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다. 시장경제에 맡겨 소비자의 기호를 가장 잘 맞추는 사업자가 살아남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자유 경쟁을 통한 효과적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면세점의 '제1 책무'라면, '상생' 등 영업역량 외 요소의 비중이 너무 큰 현재의 심사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한국유통학회장)은 "합리적 면세점 선발 기준을 세워 '장사 잘되는 곳'에 특허를 줘야 한다"며 "상생이 무슨 상관인가. 정치권이 개입하지 말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외국 관광객이 많이 와서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는' 목적에 잘 부합하는 업체를 뽑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부 "5년 세계 평균…세수 직결된 면세점 자격 엄격히 따져야"
하지만 현재 정부의 시각은 업계나 학계와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현행 특허기간(5년) 논란에 대해 정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특별히 짧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 면세점 특허기간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긴 일본은 10년(실제로는 6년 단위 갱신)에 이르는 반면, 홍콩과 말레이시아처럼 1~2년만 특허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5년은 세계적으로도 평균적 기간에 해당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더구나 이 '5년짜리 면세점 특허' 규정이 사실 국회에서 발의돼 통과된 것인만큼, 최근 이에 대한 비난을 대신 받는 정부로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관계자는 "면세 사업권을 5년마다 재허가 하는 규정은 2013년 의원 입법으로 도입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5년으로 바뀌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재개정 여부를 직접 검토해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면세점에 대한 정부의 특허 부여권을 포기하거나, '신고제' 등으로 허가 수위를 크게 낮추는데에도 정부는 일단 부정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법상 보세 구역이라는 것은 세금을 보류한 물품이 통관 전에 잠시 머무는 것"이라며 "세수 차원에서 (보세 상품)이 절대 누락돼선 안되고, 엄격하게 관리해야하기 때문에 정부가 허가제(특허제)를 통해 엄격히 자격을 갖춘 업체에게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글쓴날 : [15-12-01 13:04]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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