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대규모 테러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우리 경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파리 테러가 수출은 물론 관광·항공 등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주형환 제1차관 주재로 경제정책국장, 국제금융정책국장, 대외경제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파리 테러에 따른 경제·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13일(현지시간)의 파리 테러 여파로 유럽 경제권의 소비와 교역이 위축되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모습이다.
당장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에서 파리 테러의 부정적 여파가 나타났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7.7원 오른 1,171.5원에 거래가 시작된 이후 1,170원대에서 움직였다.
파리 테러 여파로 위험 회피 심리가 작용하면서 달러화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코스피는 오후 2시 17분께 25.35포인트(1.28%) 내린 1,947.94, 코스닥은 8.80포인트(1.31%) 하락한 661.05를 나타냈다.
유럽 증시를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금융시장의 단기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파리 테러가 글로벌 실물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파리 테러가 내수를 침체시켜 유로존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세계 1위 관광대국인 프랑스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긴다면 그 충격파는 프랑스 경제성장률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관광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7.5% 규모다.
이렇게 되면 EU 지역에 대한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연쇄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전체 수출에서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5.8%로 미국(16.9%) 다음으로 높았다.
금융시장 측면에선 서방의 대(對) 테러 정책과 이슬람국가(IS)의 추가 테러 여부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의 금리인상 및 국제유가 흐름 속에서 파리 테러에 대응하는 서방 국가들의 움직임과 맞물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는 파리 테러가 국제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경로별·부문별로 면밀히 점검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주식·채권·외환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안정조치를 통해 과도한 시장 쏠림현상을 막을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오전 김용범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참석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발생한 파리 테러가 국내금융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테러 사태 자체의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 프랑스의 대응이나 추가 테러 가능성 등 변수가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주열 총재 주재로 열린 정기 임원회의에서 파리 테러가 세계 경제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한은은 이번 파리 테러가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유럽 증시 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할 방침이다.
정부는 기재부·한은·금융위가 참여하는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을 중심으로 한 대응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업·금융기관 아시아인프라시장 진출 종합지원책 나온다
정부가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기업과 금융기관의 진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코리아 패키지(Korea Package)'를 준비하고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4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산업연구원 등이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과 한국의 활용전략 콘퍼런스'에서 축사를 통해 이런 지원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차관은 "AIIB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분야별로 우리 기업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 확대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패키지에는 우리 기업의 수주 역량을 높이는 민관합동 종합 지원체계 구축 방안은 물론 과당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 등 나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주 차관은 "코리아 패키지는 우리 해외건설 산업의 외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을 도모하기 위해 해외건설 사업의 3대 축인 기업-금융기관-정부 간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한국의 AIIB 가입으로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사업 기회가 확대되도록 한국과 AIIB 간 파트너십 증진 방안을 제의해 협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는 해외건설 경험이 풍부한 한국 기업과의 공동 신규 프로젝트 발굴, 풍부한 자본과 전문성을 보유한 한국의 대형 금융기관과의 협조융자(co-financing), 한국의 우수한 전문인력 적극 채용 등을 AIIB에 제안했다.
이와 함께 현재 한국이 운영 중인 개발도상국 지원프로그램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식공유사업(KSP)과의 협력 사업도 제의했다.
AIIB의 효율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한국이 AIIB 내에 신탁기금을 설치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신탁기금 설치안은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포함돼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주 차관은 최근 거액의 기술 수출 계약으로 주목받는 한미약품 사례를 들면서 "해외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및 체질개선 없이는 AIIB를 통한 해외 인프라 사업 추진이 오히려 심각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기업과 금융사의 자발적인 노력도 촉구했다.
현재 AIIB 예정 창립 회원국들은 자국 내 비준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10개국, 지분율 50% 이상의 국가에서 비준 절차가 끝나면 AIIB는 정식 출범한다.
AIIB를 주도하는 중국은 올해 말 이런 요건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1월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가입을 결정한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설립 협정문 비준동의안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