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생의 위안"…소설가 김영현이 풀어본 죽음의 문제
신간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 출간

"죽음에 대한 태도는 어느 사회에서나 그 사람의 인생관을 결정해요. 죽음은 편하게 받아들여야 잘 살고, 잘 늙을 수 있어요." 소설가 김영현이 에세이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시간여행 펴냄)을 펴냈다. 작년 발표한 장편소설 '누가 개를 쏘았나' 이후 1년여만이다.


그는 단편 '깊은 강은 흐른다'로 데뷔해 '해남 가는 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을 발표하며 소설가로 때론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한국작가회의 부회장, 실천문학 대표 등을 역임했던 그는 철학 전공을 살려 시간에 대한 철학서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를 출간하기도 했다.


김영현은 지난 2008년 '문학이여, 나라도 침을 뱉어주마'라는 글을 발표한 뒤 일체의 문단 활동을 접고 경기도 양평에서 칩거 중이다. 그를 책 출간에 맞춰 1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만났다.


김영현은 "죽음은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그림자로 드리워진 두려운 존재"라며 "그러나 사람들은 죽음을 너무 어렵게, 무겁게 이야기한다. 이러면 죽음의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학을 전공한 소설가로서 일반인들이 죽음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죽음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죽음이 생의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개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쓴 책"이라며 "제게 위로가 되는 책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책은 문학, 철학, 종교, 역사를 두루 섭렵하며 자연스럽게 죽음을 사유하게 한다. 그는 영화의 장면까지 끌어오며 죽음의 문제와 독자와의 거리를 좁힌다.


"핵가족화된 사회에서 죽음은 데미지가 너무 커요. 그러다 보니 웰빙산업이 번창하고, 영생교 같은 종교가 나오는거죠. 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돼요. 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실존적 문제입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게 필요해요."


김영현은 책에서 죽음은 생의 위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무대를 끝내고 내려왔을 때의 평안함, 그것이 바로 죽음이 주는 평화다"라고 주장하는 그에게 죽음에 대한 인식이 바뀐 계기를 물었다.


"절친했던 김남주 시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래서 배낭을 메고 실크로드로 여행을 떠났죠. 거기 사막에서 여러 개의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봤어요. 무엇인지 물어보니 무덤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별거 아니구나'라고 깨닫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런 생각에 책 제목도 '죽음에 관한 유쾌한 명상'으로 정했다. 그는 "죽음을 다루는 책들은 대체로 무겁다. 그래서 독자들은 죽음 자체를 빨리 잊고 싶어한다"며 "죽음을 다뤘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영현은 앞으로 소설 집필에 매진할 생각이다. 이미 제목도 정해놨다. '태풍' 그리고 '윤회'다.


"요즘은 소설의 영역이 넓어졌잖아요. 상상력을 넓혀 인간과 신화의 문제를 다룰 생각이에요. 문학은 철학이 뒷받침돼야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철학적 고민도 많이 하고 지적여행도 한 바퀴 돌고 오니 이 나이가 돼서야 글을 쓸 엄두가 나더라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문학에 대해 "답답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작가는 자신만의 지적 오디세이를 찾아가면 돼요. 스스로 화두를 던지고, 대답을 찾아가면 되는 거죠. 현실적인 성공은 운일 뿐이에요. 작가적 명망에 집착하면 힘들어만 져요."


김보경 기자

글쓴날 : [15-11-11 15:33]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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