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 한달…노동개혁 후속 논의 속도 붙을까
비정규직 사용기간·파견확대 논란 등으로 '지지부진'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지고 나서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노동개혁 추진에는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혁 5대 입법 발의를 강행했지만, '노사정 합의 위반'이라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핵심 사안인 비정규직 사용기간과 파견 확대 등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14일 2기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노동개혁 추진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선거구 획정의 혼란 속에 노동개혁이 탄력을 잃고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 대타협 한달, '합의 준수' 논란으로 허송세월

노동계와 재계, 정부는 지난달 15일 노사정위 본회의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난해 9월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가 출범한 후 대화 결렬과 재개 등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나온 대타협인 만큼 국민의 기대도 컸다. 청년실업 해소와 노동시장 선진화의 큰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대였다고 할 수 있다.

노사정 대타협 후 한 달이 지났지만, 그 기대는 실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한 달의 시간을 허송세월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대타협 후 정부와 여당은 '속도전'을 내세우며 노동개혁 5대 입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근로자법·파견근로자법 개정안 등 5대 입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였다.

문제는 5대 법안의 내용에 노사정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헝용업종 확대' 등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이들 사안과 관련해 노사정 대타협에서는 공동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으로 대안을 마련, 입법에 반영하자고 합의했다.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만큼 시간을 두고 합의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여당이 발의한 기간제근로자법 개정안에서는 현재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본인이 원할 경우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파견근로자법 개정안 등은 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 전문직과 주조·금형·용접·표면처리·소성가공·열처리 등 제조업 파견 업무를 허용했다.

노동계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했던 이들 내용이 법안에 포함되자,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 파기'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타협 무효 선언까지 불사하겠다는 한노총의 강력한 반발에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까지 나서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며 노동계를 달래야 했다. 이러한 논란 속에 한 달이라는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 2기 특위 출범에 기대감…"합의 쉽지 않을 것" 전망도

전날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에 이어 송위섭 아주대 명예교수가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2기 특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2기 특위의 출범으로 노동개혁 논의는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사안을 논의할 제도적 틀이 갖춰진 만큼, 노사정위가 정치권에 잠시 빼앗겼던 주도권을 되찾아 후속 논의를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속도전'이나 노동계의 '지연전'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노사정 대타협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2기 특위가 출범한 만큼 대타협 정신에 입각해 노동개혁의 모멘텀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사정위를 둘러싼 환경이 노동개혁의 힘있는 추진을 낙관하기에는 그리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한노총 내부의 심각한 반발이 걸림돌로 꼽힌다.

금속노련, 화학노련, 공공연맹 등 한노총 산하 3개 산별노조는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당이 노사정 대타협에도 불구, 일방적인 노동개악을 강행하고 있다"며 '노사정 합의 파기'를 지도부에 공식 요청했다.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한노총의 주축을 이루는 산별노조들이 이렇듯 강하게 반발하면 노사정 협상에 임하는 지도부 운신의 폭은 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내년 4·13 총선의 선거구 획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정치권이 첨예한 대립 구도로 빠져드는 것도 노동개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노동개혁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치열한 논의와 협상을 벌여야 하지만, 온통 다른 사안들에 정신을 팔린 상황에서 정치권이 노동개혁에 힘을 실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노사정위에 참여했던 한 공익위원은 "정치권이 일방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해도 문제지만, 노동개혁 논의를 제쳐놓고 다른 사안에 몰두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며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치권 내 활발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위섭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위원장은 "입법이 시급한 사안은 11월까지 국회에 합의안을 제출하고, 중장기적 과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타결짓겠다"며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큰 만큼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쓴날 : [15-10-14 09:3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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