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연구비…'쌈짓돈'된 나랏돈
허위 연구원 등록은 '고전수법'…빼돌린 연구비로 주식투자까지
#1. 국립대 교수인 A씨는 2012년 7월부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5개 기관이 발주한 연구과제 책임자로 있으면서 이미 취직해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제자를 허위 연구원으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연구비를 횡령했다.

A교수가 약 2년간 있지도 않은 제자 명의로 빼돌린 인건비는 9천800여만원.

그는 같은 수법으로 다른 학생 2명도 연구과제에 참여한 연구원으로 서류를 꾸며 1억4천만원을 챙겼다. '간 큰' 교수는 결국 작년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지만 그가 빼돌린 나랏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2. 다른 국립대 교수 B씨는 2011년 정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촌 동생을 끌어들였다. 그 사촌의 계좌로 9억8천여만원의 연구비를 입금받아 관리했지만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연구비 중 7억2천만원을 사촌이 개인용도로 사용해버렸기 때문. 감사원 감사결과 사촌은 가족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났지만 문제의 교수는 연구비 유용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연구비 관리책임을 물어 대학 측에 정직을 요구하는 한편 이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다.

#3. 또 다른 국립대 교수 C씨는 연구비를 받아 겁도 없이 주식투자를 했다. 규정상 연구원 인건비는 공동 관리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인건비를 자신의 통장에 넣어 관리하다 3억5천만원 중 2억5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감사에 걸렸다.

연구자들이 연구개발(R&D) 명목으로 따낸 돈이 줄줄 새고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서 단속의 고삐를 죄고 처벌을 강화해도 R&D 비리는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 세금인 나랏돈이 양심불량 연구자의 욕심에 탕진되고 마는 것이다.

연구비 부정 집행은 국내 R&D 현장에서 만연한 비리의 '원형'으로 꼽힌다.

2008∼2012년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총 548건의 비리가 적발됐는데 이중 연구비 비리가 387건으로 단일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이 외에 기획부실 등 기획과정 문제가 45건, 부당한 선정 평가 64건, 기술료 관리 미흡 등 성과 관리도 52건으로 집계됐다.

연구비 부정도 문제지만 R&D 기획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에서 비리가 빈번하게 저질러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스갯소리로 고구마 줄기처럼 캐기만 하면 R&D 비리가 줄줄이 나오다 보니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했다 환수하는 일도 보통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2015년 환수 대상에 오른 R&D 금액은 무려 1천211억원에 달한다. 이중 실제로 환수된 연구비는 507억원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잘못된 연구비 집행으로 환수 조치를 받은 돈만 480억원이다.

R&D 현장에서 비리가 계속되다 보니 정부 R&D 사업에 참여제한을 받은 연구자도 최근 4년간 7천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연구비 용도 외 사용을 비롯해 함량 미달인 연구결과 제출, 기술료 미납,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 적발됐다.

참여제한 처분을 받은 연구자가 가장 많았던 2012년에는 2천300명이 넘었다.

수천 명의 연구자가 국가 R&D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 조치를 받게 된 배경에는 정부가 과거보다 관리·감독의 끈을 조인 측면도 있지만 반복되는 비리와 부정에도 R&D 현장의 '자정 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더 이상 일부 연구자의 개인적 일탈로 여길 게 아니라 R&D 연구비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따져볼 수 있도록 전주기에 걸친 관리·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고 R&D에 참여하는 연구자 스스로 무엇보다 연구비 집행에서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비리와 부정으로 인한 R&D비용 누수 액은 전체 R&D예산 중 1%도 되지 않지만 이런 행위들이 반복되면서 국가 R&D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에 떨어지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반드시 근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쓴날 : [15-10-12 10:35]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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