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요기즘'으로 미국민의 아이콘이 된 베라

 22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요기 베라는 미국프로야구(MLB)에만 국한된 영웅이 아니다.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10개나 끼었다는 화려한 선수 경력보다도 '요기즘'이라고 불리는 알쏭달쏭한 어록이 그를 미국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전·현직 메이저리거뿐만 아니라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척 슈머(민주·뉴욕) 연방 상원의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코미디 영화감독 세스 로건 등이 트위터에 애도의 글을 남긴 것은 분야를 망라해 영향을 끼친 그의 어록 덕분이다.

야구광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베라 불후의 어록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그의 언론팀에서 베라를 연설문 작성자로 초대하는 것을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동어반복으로 쉬우면서도 곱씹을수록 지혜를 음미할 수 있는 베라만의 어록은 정치인 등 다양한 인물이 즐겨 인용했다. 

일간지 USA 투데이의 간판 기자 보브 나이팅게일은 미국민의 의식에서 베라는 베이브 루스·미키 맨틀(야구), 무함마드 알리(복싱), 잭 니클라우스(골프), 마이클 조던(농구) 등 각 종목의 스포츠 영웅이 하나로 합쳐진 인물이라고 평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베라의 말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표현이다.

1973년 뉴욕 메츠 감독 시절 시카고 컵스에 9.5게임 차로 뒤진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 때 "메츠의 시즌이 이미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베라의 말마따나 무섭게 추격을 펼친 메츠는 대역전극을 펼쳐 컵스를 제치고 그해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갈림길에 이르면 그걸 택하라'라는 말도 널리 사용된다. 절친한 친구로 야구 선수이자 아나운서인 조 가라지올라에게 자신의 집을 찾아올 때 남긴 말인데,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베라의 집에 이르렀다. 

과정은 다르지만 같은 결과로 이를 때 언급된다.

'데자뷔(기시감·예전에 본 것 같은 느낌)가 다시 오고 있다'는 말도 좋지 않은 상황이 반복될 때 자주 거론된다.  

'우리는 잘못된 실수를 너무 많이 저질렀다'(잘한 실수는 없다), '피자를 4조각으로 잘라주세요. 6조각을 먹을 정도로 배고프지는 않거든요'(4조각이든 6조각이든 피자 한 판의 크기는 같다) 등은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표현으로 꼽힌다.

우리 말로 바꿔서는 어감을 살리기 어렵지만, 동어를 반복한 '똑같이 할 수 없다면, 따라 하지도 마라'(If You Can't Imitate Him, Don't Copy Him),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You can observe a lot by just watching) 등도 현지인이 사랑하는 표현이다.

야구에서 정신과 멘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긴 '야구의 90%는 정신이고 나머지의 절반이 신체에 관련된 것'이라는 표현도 듣는 이를 한 번 갸우뚱하게 하는 재미난 표현이다. 

생전에 '다른 사람들의 장례식에 꼭 가라. 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네 장례식에 오지 않을 테니까'라는 명언을 남긴 베라. 메이저리그 전설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길에 명멸해 간 수많은 야구의 별들이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글쓴날 : [15-09-24 13:49]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신문관리자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