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시범단 교차방문 등 속도내는 태권도…남북관계 물꼬트나
조정원 WTF 총재

 뿌리는 하나이지만 남한과 북한을 축으로 두 갈래 길을 걸어온 태권도가 남북 교류와 협력의 디딤돌을 놓는다.

남한 주도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이 중심이 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태권도시범단이 오는 10월 서울과 평양을 교차 방문해 시범공연을 펼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정원 WTF 총재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리용선 ITF 총재에게 지난 4일 서신을 보내 ITF 시범단을 오는 10월 서울에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면서 "현재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WTF는 ITF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바로 이달 안에 제3국에서 실무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조 총재는 또 최근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북한의 IOC 위원인 장웅 ITF 명예총재 등을 만나 WTF와 ITF 간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고 지난 8일 귀국했다. 

앞서 조 총재는 7월 9일에도 장웅 당시 ITF 총재에게 서한을 보내 올해 9월과 11월 사이 서울에서 양 단체 시범단의 합동 시범공연을 제안했다.

WTF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ITF의 반응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장웅 ITF 명예총재는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난 봄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북한 선수들이 주축이 된 ITF 시범단을 무주에 초청했으며, ITF도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WTF 시범단을 평양에 파견하는 것도 크게 힘들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ITF의 새 수장이 된 리용선 총재도 8월 31일 VOA 방송에 "세계태권도연맹이 우리에게 요청하면 우린 아무 때나 보내고 또 그 사람들도 올 수도 있고, 서로 협조하는 것"이라며 WTF와 협력은 중단없이 계속될 것임을 드러냈다.

이달 4일에는 조지 비탈리 ITF 대변인이 "2017년 평양에서 개최될 ITF 세계선수권대회에 WTF 시범단 파견을 희망한다"고 말하는 등 양 단체의 협력은 점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도 남북한 태권도 교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민간차원의 문화와 체육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면서 "남북간 장벽에도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02년에 대한태권도협회는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그해 9월 시범단을 북한에 파견,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두 차례 공연하며 남북 태권도 교류의 첫 걸음을 뗀 바 있다. 같은 해 10월 황봉영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시범단이 답방 형식으로 서울을 찾아 두 차례 시범공연을 선보였다. 

2007년 ITF 태권도협회가 남한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자 장웅 총재를 비롯한 ITF 시범단이 방한해 춘천과 서울에서 각각 시범공연을 했다.

하지만 WTF와 ITF 시범단의 남북한 교차 공연이 이뤄진 적은 아직 없다.

WTF와 ITF의 교차 시범공연 추진은 지난해 두 연맹이 맺은 합의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WTF와 ITF는 지난해 8월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상대방 대회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 크게 네 가지 사항을 약속한 합의의정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막식 때 ITF 시범단이 WTF 주관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범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WTF는 ITF와의 선언적, 기계적 통합보다는 실질적 교류 및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WTF와 ITF는 2006년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기간 두 단체의 행정 및 기술통합문제를 다룰 '태권도통합조정위원회' 구성에 대해 합의하고 2007년부터 실무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제 길을 걸어와 겨루기나 품새의 기본틀마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기술적 통합은 힘들다는 한계에 직면했고, 결국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통합안을 내놓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WTF는 이제 시범단뿐만 아니라 양 기구 소속 임원과 지도자들로 교류 범위를 넓혀가고 전북 무주의 태권도원, 평양의 태권도전당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실질적 교류를 ITF와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가능하면 올해 안에 발족시키려 하는 '프로태권도재단'에 ITF의 참여도 유도할 계획이다. 올림픽 스포츠로 발전해온 WTF 태권도보다는 ITF 태권도가 무도 태권도의 원형을 좀더 간직하고 있어 프로화가 용이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WTF는 창작품새와 장애인태권도 등 겨루기보다는 ITF와 WTF 태권도의 간극이 덜한 분야에서부터 시작해 교차 출전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조 총재는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에서 화해 무드로 풀려가는 중요한 시점에서 WTF와 ITF 태권도의 협력이 남북 체육 교류의 모범이자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글쓴날 : [15-09-11 09:4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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