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화 시대…법조계 새 영역 '전문 후견인' 각광 | |
| '성년후견제' 시행 2년…서울만 1천여건 등 수요 급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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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호사는 요즘 재산이 많고 나이가 70대 이상인 의뢰인을 만나면 수임한 사건 관련 얘기와는 별도로 '성년후견제도'를 소개하곤 한다. '재산이 많으면 자식들이 싸우기나 하지, 부모를 잘 보살펴줄 수 있겠느냐. 치매라도 걸려봐라, 아버지 치료는 뒷전이고 재산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고 소송이나 벌이고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다. 그러면서 '그럴 때를 대비해 본인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하는 계약을 해놓으면 자신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법적인 권한을 위임할 수 있고 여생 동안 재산도 지킬 수 있다'고 알려준다. A씨가 소개한 것은 성년후견제도의 일부인 '임의후견'에 대한 내용이다. 임의후견은 본인이 치매나 고령으로 판단이 흐려질 때를 대비해 법원에 원하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해달라고 내용으로 공정증서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이렇게 해두면 실제로 이 사람에게 후견인이 필요한 상황이 됐을 때 법원이 후견감독인을 선임해 후견이 바로 시작되도록 조치할 수 있다. A변호사는 아직 이런 임의후견 계약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꽤 늘어 이들의 반응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 성년후견 맡는 '전문 후견인'은 법조계 새 시장 법조계는 이런 '후견인' 수요가 앞으로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법원이 2013년 7월 '성년후견제도'를 시행한 이래 후견개시 심판 청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년간 접수된 건수가 1천46건에 달한다. 성년후견제도란 '질병, 장애, 노령, 그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에게 법적인 후견인을 정해 본인 대신 재산을 관리하고 치료, 요양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돕게 하는 제도다. 이미 정신적 제약이 생긴 사람에게 자식이나 친족 등이 후견인을 신청하는 것이 기본적인 '성년후견'이라면 앞서 소개한 것처럼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본인이 직접 계약을 해두는 것이 '임의후견'이다. 법조계에서는 얼마 전 롯데그룹 '형제의 난'을 성년후견제도가 필요한 좋은 사례로 들고 있다. 만약 신격호 총괄회장이 임의후견 제도를 활용해 대응책을 미리 마련했다면 사리분별이 또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본인과 친족 등으로 제한되지만, 후견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가족뿐 아니라 친구, 이웃, 전문가(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사회복지사), 일반시민 등 누구나 가능하다. 후견인에게는 일정한 보수도 지급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후견인 업무는 법조계에서도 '블루칩'으로 떠오른다. 최근 개인 변호사들뿐 아니라 일부 법무법인은 고령의 자산가들을 상대로 미리 후견을 맡겨달라며 영업에 나섰다. 대한법무사협회는 2011년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를 설립해 후견 지원 업무에 일찍이 발벗고 나섰다. 물론, 보수 없이 후견인을 자청해 이웃을 돌보는 미담 사례도 있다. ◇ 법원 관리·감독 안 되면 악용 우려도 후견인으로 법적 대리인 권한을 얻으면 피후견인이 소유한 부동산의 관리·처분과, 예금·보험 관리, 정기적 수입 및 지출에 관한 관리 등 재산관리와 치료, 입원, 수술 등 의료행위, 복지급여 신청·수령 및 관리 등 신상보호 활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피후견인을 대신해 모든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제대로 감독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어진 권한으로 횡포를 부리거나 피후견인을 학대하는 등 악용할 우려도 적지 않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법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 전국에서 가장 큰 기관인 서울가정법원에도 전담 판사가 2명에 불과한 데다 이들은 후견 사건을 전담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업무와 함께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또 사전 검토, 송달, 사건 관리, 민원 안내 등 각종 실무를 보는 참여관과 실무관이 4명, 후견 사건 실사를 전담하는 조사관이 4명 등 총 인원이 10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2년간 접수된 1천여건의 사건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보다 일찍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도쿄가정재판소에 성년후견센터가 따로 있어 3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일본은 후견인이 의무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게 해 미비 사항을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등 후견인들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후견인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후견인들이 피후견인의 재산을 횡령한다든지 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을 텐데, 법원이 감독을 제대로 못하면 후견제도가 악용될 위험이 있어 걱정이다"라며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그에 맞는 인력을 배치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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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날 : [15-09-08 09:29] |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