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웃음으로 슬픔을 전한' 코미디언 세상을 떠나다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 이주일(본명 정주일)의 유행어에는 슬픔이 배어 있었다. '못생겨서 죄송하다'는 건 늦깎이 스타로 성공하기 전 자신의 삶을 압축한 말이었다.

1940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태어난 이주일은 우연한 계기로 연예인을 지망했지만, 외모 탓에 숱한 수모와 역경을 겪었다. 자그마한 키에 거무튀튀하고 주름 많은 얼굴, 대머리에 야트막한 코. "무명 시절에는 얼굴이 쥐어뜯고 싶도록 미웠다"고 술회했을 정도였다. 20여 년 가까이 지방 쇼단 MC와 서울 변두리 극장 무대를 전전해야 했다.  

인생 역전 기회를 잡은 것은 1977년 이리역 폭발 사고 당시 최고 스타였던 가수 하춘화를 사고 현장에서 구해내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1980년 지상파 방송에 단역으로 출연하게 됐고, 자신의 절실한 심정을 담아 던진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같은 말이 히트를 쳤다. 여기에 '수지큐' 노래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며 뒤뚱뒤뚱 걷는 '오리 춤'이 더해지며 일약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으로 떠올랐다.  

스타가 된 뒤의 삶도 평탄하지 않았다. 서슬 퍼런 제5공화국 군사정권 시절 '저질 연예인'으로 찍힌 탓에 방송 출연 금지를 당해 밤무대를 전전하기도 했고, 1991년에는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기도 했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숱한 화제를 뿌린 그는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간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1996년 코미디로 복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남긴 유행어는 "담배를 끊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합니다"라는 말이었다. 폐암 판정을 받은 뒤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공개해 '이주일 신드롬'으로 불린 금연 열풍을 일으킨 끝에 2002년 8월27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아픈 육신마저도 대중을 위해 쓴 천생 코미디언이었던 셈이다.

글쓴날 : [15-08-27 09:42]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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