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멕시코 공장 '페스케기아' 신드롬

 이동경 특파원 =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900㎞ 떨어진 누에보 레온 주 몬테레이 시.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제3의 도시인 이곳에서 승용차로 30분을 달리자 페스케리아라는 지역 외곽에 들어선 기아차 생산 공장 건설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장 700개를 합친 499만 1천㎡(151만 평) 넓이의 공사 현장은 몬테레이공항 착륙 직전 상공에서도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거대했다.

기아차는 작년 8월 누에보 레온 주와 협약을 체결하고 10억달러(1조 140억 원)를 투자해 연산 30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는 작업을 10월부터 시작했다.

멕시코 공장은 글로벌 무대에서의 생존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시장 개척이라는 목적에서 기아차의 숙고 끝에 결정됐다.

이곳은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 등의 생산 시설과 부품, 물류창고, 출하 검사장, 주행로 등 부대설비가 함께 들어서는 자족형 완성차 생산 공장이다.

차체, 프레스, 도장, 의장 시설의 외관은 대부분 완성됐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현대글로비스 등 6개사와 협력사 6개도 입주해 건물 외관을 모두 짓고 내부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는 매일 멕시코 현지 근로자 2천 명이 출퇴근한다.

한 현지인 작업 감독관이 고개를 숙이면서 어설픈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기아차 멕시콥니다"라며 취재 기자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공장이 올 연말까지 완공되면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포르테(국내명 K3)를 필두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

수출 대상 지역은 멕시코 내수 시장을 포함한 북미 지역과 중남미 국가들이다.

기아차의 한 직원에게 별다른 어려움이 없느냐고 묻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걱정이 됐다"고 했다. 

최근 집중호우가 내린 탓에 일부 구조물이 파손되고 군데군데 물이 고이면서 작업에 차질이 발생하자 휴무일인 토요일 전 임직원이 현장으로 출근했다.

이 지역은 올해 상반기 40년 만에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해 인해 비가 공장 건설의 최대 변수가 됐었다. 

또 미국 텍사스 주 매캘런과 2시간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몬테레이 일대는 지역을 근거지로 하는 마약갱단이 사업가 등을 납치해 돈을 뜯는 범죄를 일삼기 때문에 치안이 좋지 않다.  

실제 지난 5월 한 교민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땀방울 맺힌 직원들의 얼굴에 묻어났다. 

멕시코 공장은 역대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건설되고 있다고 김선경 홍보팀장은 귀띔했다. 

기아차는 3천 명의 생산직 종업원을 현지에서 뽑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500여 명을 먼저 선발해 기술을 가르치고 일부는 한국에 교육 연수도 보냈다. 

기아차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몬테레이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크게 일고 있다.

이 일대에는 한인 생활권이 확대됐고 공항에서 공장까지 가는 길에는 현지 부동산 업체 등이 내건 한글 광고 간판들도 들어섰다.

몬레테이공항에는 최근 한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입국하자 한국어로 된 안내 글이 일부 생겨났다.  

몬테레이를 포함해 인접한 아포다카 시, 페스케리아 등에는 지난 수개월간 10여 개가 넘는 한인 식당이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식당업을 하러 건너오는가 하면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멕시코 각 지역 교민 상권이 몬테레이로 몰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현지의 한 방송은 이를 '페스코레아'(Pes-Corea) 신드롬이라고 묘사했다.

페스케리아(Pesqueria)라는 지역명에 우리나라 국가명을 가미해 열풍을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방송은 지역명에 기아(KIA)를 합성해 '페스케기아'(Pesque-Kia)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지역민들은 척박하고 외진 곳에 기아차가 들어와 낙후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현지 방송들은 전했다.

이 때문에 기아차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대한민국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기아차는 멕시코에 이미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은 일본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브랜드 인지도를 확산하고 이미지를 재고하기위해 홍보는 물론 다양한 문화사업과 사회 공헌 활동을 활발히 벌인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이미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10개 도시에 21개의 판매 대리점을 구축하고 지난 7월부터 포르테, 스포티지, 쏘렌토 등 3개 차종을 판매하고 있다.

영업을 개시한 첫 달 판매량은 1천499대로 멕시코에 이미 진출한 일본과 유럽 업체들의 역대 기록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멕시코자동차제조자협회(AMIA) 자료에서 분석됐다. 

김 법인장은 "기아차는 올해 미국 신차품질지수 일반 브랜드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최고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멕시코 시장 진출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글쓴날 : [15-08-24 09:55]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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