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의 역사를 한눈에"…미리 가본 디올 서울 전시회
수석 큐레이터 "디올은 여성을 꽃처럼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해"
 "그는 패션, 우아함, 여성성을 되살리고자 했습니다."

이번 주말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대중에 공개되는 '에스프리 디올'(디올 정신) 전시회를 수석 큐레이터이자 프랑스 패션학교 IFM 교수인 프랜시스 뮬러의 안내로 18일 둘러봤다.

미리 가본 디올 전시회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우뚝 선 디올의 68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동시에 디올이 이끈 '오뜨 꾸뛰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서도호, 이불, 김혜련, 김동유, 박기원, 박선기 등 한국 작가 6인이 디올과 손잡고 선보인 컬래버레이션(협업) 작품도 흥미로움을 더했다. 

DDP 알림1관에 위치한 '디올 정신' 전시관은 '파리', '디올과 예술과 친구들', '디올 가든', '디올 얼루어', '디올 아뜰리에', '디올의 스타들', '베르사유:트리아농', '미스디올', '핑크에서 레드로', '쟈도르' 등 총 10개 테마로 이뤄졌다. 

자동문을 통과해 전시장 안으로 발을 들이면 마치 동굴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천장과 벽, 바닥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서다.  

어둠 속에서 관객들이 제일 처음 만나는 전시물은 크리스찬 디올이 1947년 프랑스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에 세운 '디올 하우스' 건물을 철제와 직물로 구현한 파사드(건축물 전면)다.

이 작품을 만든 서도호 작가는 그 위에 조명을 쏘아 마치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전시관은 이 구조물 안쪽으로 펼쳐진다. 

건물 안쪽 정면에는 전시회 포스터에 나온 바로 그 의상이 관객을 맞았다.

'바 수트'라는 이름의 이 의상은 디올이 1947년 2월 12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패션쇼에서 선보여 '디올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바로 그 옷이다.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를 강조하는 이 의상은 디올이 평생토록 추구한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뮬러 수석 큐레이터는 "디올이 자신의 의상을 선보인 1947년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다. 그는 패션, 우아함, 여성성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공간에는 디올에서 디자인 변천사를 볼 수 있는 14벌의 칵테일 드레스와 이브닝 드레스가 전시됐다. 디올 자신부터 존 갈리아노, 마르크 보앙 등 디올을 거쳐간 디자이너들의 작품이다. 서로 다른 디자이너의 작품임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디올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디올의 디자인에는 디올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이어진 '디올과 친구들', '디올가든' 전시는 젊은 시절 건축가를 꿈꾼 디올이 교류한 예술가 친구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의상과 디올이 어린시절 매료된 '꽃'을 주제로 한 의상 수십 벌을 선보인다.

장 콕토나 잭슨 폴락의 작품을 구현한 의상이 디올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내비친다면 화려한 꽃무늬 패턴의 드레스는 '꽃봉오리 모양의 풍성한 스커트를 입은 여성들로 세상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던 디올의 패션 철학을 보여준다. 

뮬러는 "디올은 장미를 가장 사랑했다. 그는 여성을 꽃처럼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했다"면서 "이런 꽃에 대한 사랑이 향수 개발로도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김혜련 작가의 회화 작품 '열두 장미 - 꽃들에게 비밀을'도 이 공간에 전시됐다.

엉덩이 부분이 양옆으로 튀어나온 파니에 드레스와 남성용 궁중 재킷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이 전시된 '베르사유:트리아농'도 디올이 추구한 패션 스타일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18세기 궁중의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스타일을 지향한 디올은 베르사유 궁전과 마리 앙투아네트가 별궁으로 사용한 트리아농에게서 영감을 받고, 이 이미지를 자신의 패션 곳곳에 사용한다. 

벽면에 전시된 중세 스타일의 화려한 구두도 볼거리다.

디올이 '행복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색'이라고 표현한 분홍색과 '생명의 색'이라 칭한 빨간색이 어떻게 의상과 신발, 가방 등에 적용됐는지를 보여주는 미니어처 전시도 재미있다. 인형에게나 맞을 법한 전시품들은 모두 실물을 비율만 줄여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뮬러는 "실물보다 축소판을 만드는 작업이 더 어렵다"고 귀띔했다.

동굴처럼 어둡던 공간이 반전처럼 갑자기 환해지는 공간은 디올의 작업실을 구현한 '디올 아뜰리에'다. 

이곳에선 디올의 실제 디자인을 고안하면서 그린 스케치와 정식 의상 제작에 앞서 캔버스로 만든 실험작을 만나볼 수 있다. 벽에 걸린 디스플레이에선 의상 제작이 이뤄지는 과정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디올이 스타들'은 관객들의 눈길이 가장 머물만한 공간이다.

이곳에선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1996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린 디올 창립 50주년 기념 파티에 입고 등장한 푸른색의 새틴 소재 드레스를 실물로 볼 수 있다.

양옆에는 할리우드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최근 열린 칸 영화제에서 착용한 노란색 쉬폰 소재 드레스와 모나코 왕비 고 그레이스 켈리가 1959년 한 무도회에서 입은 화려한 자수 장식의 롱 카프탄이 전시됐다. 

이 외에 메릴린 먼로, 리아나, 장쯔이 등이 입었던 디올 드레스도 있다.

30분 정도 소요된 관람은 디올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준 베르사유 궁전의 황금빛 색깔에 대한 오마주로 만든 향수 '쟈도르' 전시로 마무리된다. 여기서도 '쟈도르' 모델로 활동한 샤를리즈 테론이 입은 황금색 드레스와 함께 박선기 작가의 설치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치 샹들리에 같은 박 작가의 작품은 '쟈도르' 향수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소위 '명품' 브랜드가 궁금하지만 백화점 매장에 들어가 구경하기 부담스러웠다면 이번 전시는 좋은 기회다. 

디올이 전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인정받는 이유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작가들의 작품 일부는 억지로 꿰맞춘 들러리같은 느낌이 들어 아쉽다.

뮬러는 올해 행사를 서울에서 개최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음악과 패션 등 창작활동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지금이 한국과 디올이 이야기를 나눌 좋은 시점이라 생각했다"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문화와 접점을 찾기 위해 한국 아티스트들을 영입했다"고 말했다.

글쓴날 : [15-06-24 15:47]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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