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서울평화상에 '과거사 반성' 獨 메르켈 총리
"끊임없이 반성·사죄…과거 만행 부정 국가에 경종"

자국의 과거 가해 역사에 대해 재임 기간 끊임없이 진정어린 반성을 보여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서울평화상을 받는다.

서울평화상심사위원회(위원장 이철승)는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최종 심사위원회를 개최해 메르켈 총리를 제12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이 현직 정부수반에게 주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철승 심사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로부터 추천된 많은 개인과 단체 후보자들에 대해 객관적이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 제12회 수상자로 과거사 사죄를 통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각성시키면서 이를 통해 전쟁의 폐해를 알리고 국제 평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됐다며 재단 측에 사의를 전했고, 영광으로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서울에서 직접 수상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크리스티아네 비르츠 독일정부 부대변인이 밝혔다. 비르츠 부대변인은 그러나 서울 방문 일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회는 메르켈 총리가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출생한 독일의 첫 총리임에도 과거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량학살) 자행 등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파괴한 만행에 대해 이스라엘과 전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죄, 가해국과 피해국 사이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심사위원회는 이를 통해 메르켈 총리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속적으로 강조, 전 세계적으로 과거의 만행을 부정하고 있는 국가와 인권을 유린하는 현존 독재 국가들에 경종을 울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로 지난 2005년 취임한 메르켈 총리는 2007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독일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거듭 사과했고, 이듬해 3월에는 이스라엘 의회 연설을 통해 "쇼아(홀로코스트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독일인에게 가장 큰 수치"라면서 이스라엘 국민은 물론 전세계에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사죄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8월에는 2차대전 당시의 나치 수용소인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해 "수감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고, 올 7월에는 중국 칭화대 강연을 통해 "독일의 침략 역사 반성은 고통스러웠지만 옳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심사위원회는 메르켈 총리가 "붕괴 위험에 놓였던 유럽연합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는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차단함으로써 인류복지 증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도 평가했다.

이와 함께 심사위원회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함으로써 국제 평화 정착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의 각계 인사 14명으로 구성된 서울평화상심사위원회는 전현직 국가원수급 인사를 비롯해 그동안 추천받은 정치·경제·종교·언론·문화·학계 인물과 단체 등 여러 후보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해 왔다.

동서 화합과 평화분위기를 고취시킨 서울올림픽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서울평화상은 격년제로 시상한다.

1990년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첫 수상자로 선정된데 이어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 국경없는의사회,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 전 유엔 난민최고대표, 구호단체인 영국의 옥스팜,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 무하마드 유누스 전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엘 시스테마' 설립자가 그동안 수상했다.

가장 최근인 2012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상을 받았다. 12회 서울평화상 시상식은 향후 메르켈 총리의 방한 계기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며 메르켈 총리에게는 상장과 상패, 20만 달러의 상금이 수여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부터 3기 연임하며 독일을 이끌어왔다. 서독 함부르크 태생이지만 출생 직후 목사인 아버지의 선교활동 때문에 동독으로 건너가 성장했으며, 통일과 함께 중앙정치무대에서 역량을 키워 첫 여성총리에 올랐다.

통독 초대내각 여성청소년장관을 거쳐 환경장관을 지냈다. 최대 정당인 기독교민주당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러시아어와 수학에 능한 라이프치히대학 물리학 박사 출신이다. 세계적 양자물리학자인 현 남편과 재혼한 이력도 이채롭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100인순위에서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한번 밀린 것을 빼면 2006년부터 줄곧 1위다.

이번 서울평화상 수상 사유로 꼽힌 과거사 사죄는 2007년 유엔총회 연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독일이 이스라엘에 특별한 역사적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이듬해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선 "쇼아(홀로코스트의 히브리어)는 독일인에게 가장 큰 수치"라며 "머리를 숙인다"고 사죄했다.

작년 8월엔 나치시대 4만3천여명이 죽어나간 다하우 강제수용소를 독일 총리로는 처음 찾아가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2월엔 각료 16명과 이스라엘을 방문해 다시 사죄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이스라엘 최고시민상'을 수여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 경제위기를 맞아 주변국들에 긴축 기조와 경제 체질 개선을 요구하며 위기 극복을 주도하는 등 유럽연합(EU)의 중심축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튼실한 제조업과 중소기업 기반의 수출 주도 경제를 이끌며 독일 경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글쓴날 : [14-10-01 15:04]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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