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사업' 청산 본격화…피해도 단군 이래 최대?

총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해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 침몰을 향해 가고 있다.
용산사업 최대 주주이자 토지주인 코레일은 2일 민간출자사들이 서울보증보험에 맡긴 사업 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청구했다. 이 돈은 사업 무산을 전제로 지급된다.


지난달 29일에는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와 29개 민간출자사들에게 사업 해제를 통보했고 같은 달 11일에는 미리 받은 용산철도정비창 땅값 2조4167억원 중 5470억원을 대주단에 갚고 25일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도 완료했다. 나머지 땅값은 은행권 차입을 통해 6월7일(8500억원)과 9월8일(1조1000억원) 상환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지난 3월 드림허브 디폴트 직후 자사 주도 사업 정상화 방안을 제안했다가 출자사들에게 거부당한 후 청산절차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출자사들의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코레일의 소유권 이전 등기와 사업 해제 통보 조치로 개발을 할 땅도, 약속한 개발 방식도 모두 백지가 될 전망이다. 출자사들이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국민호소문까지 냈지만 코레일은 멈출 기미가 아니다.


코레일은 지난달 29일 보도 자료를 내고 “사업해제 통보는 ‘사업협약서 제35조(시행자 부도시 협약 해제)’와 ‘토지매매계약서 제12조(계약상 의무 불이행시 계약 해제)’에 따라 이뤄진 적법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드림허브는 지난달 12일 자산담보부어음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코레일은 민간출자사들이 지난달 26일 정상화 호소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 “시기를 놓친 것”이라면서 “대주단에 지급한 토지비 5470억원 등 매몰비용을 해결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함에도 자금을 부담하겠다는 내용없이 코레일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사업을 끌고 가길 바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용산사업 2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 등 민간출자사들은 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사업 해제 정당성에 대한 쌍방 간 사실 확인이 있기까지는 사업협약은 유효하다는 것.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이행보증금 청구에 맞서 채무부존재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민간출자사 이사들이 모여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코레일과 대화를 할 계획이다. 땅값을 모두 돌려줄 때까지는 시간이 있다. 소송은 최후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정상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민간출자사들이 자금을 지금처럼 코레일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자체 조달해오면 정상화 논의를 할 수 있다”라면서도 “민간출자사들이 돈을 마련해올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용산 사업은 2006년 경부고속철도 건설 채무 4조5000억원을 갚기 위한 용산 철도기지창 개발 사업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2007년 인허가권자인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서부이촌동을 편입시키면서 서울 용산구 51만5483㎡ 부지에 업무, 상업, 주거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사업 과정 중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됐고 이로 인해 사업 주관사 변경, 대주주간 갈등, 자금난 등 내홍에 시달리다 지난달 12일 자산담보부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디폴트 이후에도 코레일과 민간출자사간 정상화 협상이 이뤄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 청산 시 코레일과 민간출자사들은 자본잠식 등 거대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출자사간은 물론 사업 부지인 서부이촌동 주민과 해외 투자자, 건축가 등이 포함된 대규모 국내외 소송전도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6년간 용산사업에 들어간 돈은 4조208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3조471억원(지연이자 포함)에 달하는 땅값을 제외하면 토지매입 취득세와 부대비용(3037억원), 자본시장 금융조달비용(3409억원), 기본설계비(1060억원), 용역비, 홍보비, 운영비 등으로 9737억원이 들었다. 9373억원은 돌려받을 수 없는 이른바 ‘매몰비용’이다. 30개 출자사들이 출자한 드림허브 자본금 1조원 대부분이 증발하게 된 것이다.


드림허브 지분 25%를 보유한 코레일은 출자금 손실(2500억원)을 물론 미리 받은 땅값 3조원을 돌려줘야하고 자본에 반영한 땅값 처분이익도 털어 내야 한다. 손실규모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은 대손충당금(2조7000억원)과 자산재평가차익(3~4조원 추정)을 반영하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지만 자본잠식으로 공사채 발행이 제약되는 등 본업인 철도운송사업마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2년 회계연도 공기업 결산 결과에 따르면 코레일은 대손충당금 설정에 따른 비용 증가로 2조8000억원 순손실이 발생했다. 코레일은 은행에서 단기자금을 빌려 땅값을 돌려 준 후 사채를 발행해 차입금을 갚을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코레일의 사채 발행한도를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분 15.1%를 보유한 2대 주주 롯데관광개발은 자본금과 금융비용 등으로 1748억원을 투입했다. 자본금 55억원 규모인 롯데관광개발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2012회계연도에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8월31일까지 부실 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기업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도 KB자산운용(1000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250억원)을 통해 투자한 1250억원을 날리게 된다. 푸르덴셜(77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240억원), SH공사(490억원), 삼성생명(300억원), 삼성SDS(300억원), 우리은행(200억원) 등 공공, 재무적 투자자들도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삼성물산(640억원) ,GS건설(200억원), 현대산업개발(200억원), 금호산업(200억원), 포스코건설(120억원), 롯데건설(120억원), SK건설(120억원), 한양(100억원), 태영건설(60억원), 두산건설(40억원), 남광토건(40억원), 반도건설(40억원), 유진기업(40억원) 등 건설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재산권 행사를 제약 받아온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코레일, 롯데관광개발, 서울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소송전도 예상된다. 유일한 해외투자자인 싱가포르 부동산펀드 GMCM은 지난달 드림허브에 전환사채(CB) 115억원을 상환해줄 것을 요구했고 랜드마크빌딩 설계를 맡은 프랑스 건축가 렌조 피아노도 설계 미급금 11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더구나 드림허브가 해외 설계업체에 미지급한 설계비는 총 106억원에 달해 추가 분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쓴날 : [13-05-30 10:38] 신문관리자기자[news2466@naver.com]
신문관리자 기자의 다른기사보기